김총장의 눈물 '고백'…심고검장 불만 '항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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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이 끝내 울먹거렸다.

1일 오후 1시30분. 金총장은 대전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사건 수사발표 직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대검찰청 15층 회의실로 들어섰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자리에 섰다" 며 말문을 연 뒤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를 연발하던 총장은 후배 검사들 이야기를 꺼내면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무릅쓰고 가혹하리만큼 엄정히 처리했습니다. 저 자신 검사가 된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제 손으로 후배 검사들의 사표를 받고…" 라고 말한 뒤 金총장은 감정이 북받쳐오르는듯 울먹였다.

"그 가족들에게 평생동안 남을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 겨우 말을 마친 金총장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뒤에 도열한 대검 검사장들의 얼굴도 함께 붉어진 순간이었다.

金총장은 담화를 마친 뒤 총총히 총장실로 돌아섰다.

金총장은 주변에 "지난달 7일 이 사건이 터진 이후 24일동안이 검사생활을 시작한 70년 이후 가장 괴롭고 긴 날들이었고 몸무게도 4㎏이나 빠졌다" 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국회의원을 수사할 때도 마음이 불편한 적이 없었지만 이 사건은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내가 후배들과 무슨 원수가 졌다고…" 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원성 (李源性) 차장이 "떡값이나 전별금은 관행이었는데 처벌수위를 좀 낮추자" 고 눈물로 호소하자 "검사는 매정해야 한다" 고 뿌리쳤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심재륜 (沈在淪) 고검장에 대해 감정의 일단을 피력했다.

"그 사람이 사표까지 요구받게 된 것은 스스로 꾀를 부렸기 때문이다. 사건 소개를 시인했으면 별 문제가 안됐을텐데 이를 부인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 그는 또 "사실 그것은 고검장끼리의 갈등으로 빚어진 것이다.

총장을 두고 음모론을 얘기했는데 총장인 나를 경쟁상대로 삼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 다 알다시피 그는 총장후보가 아니었다. 쟁쟁한 6회들이 있지 않느냐" 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을 통해 사의표명을 했으나 반려된 金총장은 "남은 임기 6개월동안 조직을 안정시켜놓고 검찰 개혁을 계속한 뒤 후임 총장이 편안히 업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말하기도 했다.

金총장은 이날 1천1백여 검사 전원 및 검찰직원에게도 개인서신을 보냈다.

김정욱 기자

직무집행정지 상태인 심재륜 대구고검장은 1일 대검의 대전 법조비리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나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날도 정상 출근한 그는 대검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1천만원 상당의 술대접을 받았다는 것은 있지도 않은 사실로 조작된 것" 이라며 불만을 강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또 "일방적으로 뒤집어씌워 여과없이 발표하면 개인의 명예는 뭐가 되겠느냐. 대검에서 수사한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있느냐. 진실을 밝혀줄 것으로 믿었다" 며 반발했다.

그는 이어 "향응을 받았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하고 어떤 목적으로 만났는지 밝혀야 하지 않느냐. 또 술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있었다면 최소한 나눠서 산정해야지 1백만원씩 10회가 뭐냐. 내가 아는 술집은 1인당 8만~9만원밖에 안나오는 곳이다" 고 항변했다.

그는 "이종기 변호사가 4년전 일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나. 나의 술 습성을 교묘히 이용한 것" 이라며 지난달 27일 성명서 발표 때의 '음모론' 을 다시 언급했다.

'조작' '부풀린 것' '덮어씌운 것' 등의 표현을 거듭 사용한 그는 "사건 소개 부분은 왜 언급이 없느냐" 고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따졌다.

전별금 수수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그는 "전별금 1백만원은 4년전 일인데 물증이 있느냐. 나한테만 주었나. 역대 다른 사람에게도 전별금이 있다는 말인가, 없다는 말인가" 라고 반문했다.

그는 3일 법무부에서 열릴 징계위 출석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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