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산업 전략적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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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문화와 산업의 결합' 현정부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문화정책의 핵심이다. 올 초부터 문화부 장관이 경제장관 회의에 고정 참석하고 정부조직 축소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문화부가 영상진흥국 (가칭) 을 설립하겠다고 나선 일 등은 문화산업을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로 보고 있는 김대중 (金大中) 정부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신낙균 (申樂均) 문화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월 경영진단이 끝나면 승인을 얻어 영상진흥국 설립등 문화부 조직개편안을 바로 시행할 생각" 이라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6개 과가 있는 문화산업국이 영상진흥국과 문화산업국으로 분리돼 영상진흥국에는 ^영화.만화영화.비디오^음반.게임^방송영상^광고의 4개 과가, 문화산업국에는 ^신문잡지^출판^문화산업정책^문화상품의 4개 과가 들어가게 된다.

신장관이 지금같은 시기에 1국2과가 늘어나는 과감한 조직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문화산업을 21세기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현정부의 방침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문화계는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면서도 현정부의 문화정책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올 5대 국정지표 속에 '문화.관광의 진흥' 이 명시된데다 재.개정된 문화산업기본법.영화진흥법 등 7종의 문화관련법 내용이 기대할만하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바뀐 법안은 문화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규제완화와 투자 물꼬 트기, 자금지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

문화는 그 상징성으로 인해 역대 정권 출범 때마다 가꾸고 길러야할 대상으로 강조돼 왔으나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였다.

문화예술진흥법 (72년) 과 문예진흥원 (73년) 을 만들어 문화를 정책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박정희 (朴正熙) 정권은 정책 중심과제로 민족문화 보존을 내세웠지만 문화가 '조국근대화' 의 도구 정도로만 자리매김 됐었다.

전두환 (全斗煥) 정권은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하고 각 시도에 이를 그대로 본뜬 종합문예회관을 짓는 등 문화의 하드웨어 구축에 주력했다.

그러나 정작 문화를 즐기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외형에만 신경을 써 "권위주의 정부의 대표적인 유산" 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뒤이은 노태우 (盧泰愚) 정권은 90년 문화공보부에서 문화부를 독립시키고 문화예산을 크게 늘렸으나 전 (全) 정권의 큰 틀을 벗어나진 못했다.

김영삼 (金泳三) 정권도 세계화라는 정치 구호에 맞춰 문화복지를 강조했지만 실천전략을 명확히 제시하지는 못했다. 현정부가 거창한 구호보다는 구체적 전략을 중시하는 것은 과거 정권의 실책을 반면교사 (反面敎師) 로 삼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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