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생보사 처리 놓고 금감위-재경부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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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상태인 7개 생명보험사에 대한 처리방안을 놓고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보험사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금감위는 부실 생보사에 정부가 공적자금을 출자해 일단 살려놓은 후 국내.외에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최선책이란 입장이다.

반면에 재경부는 공적자금 출자는 은행권에 한정된 방안이며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은 대주주 책임 아래 회생책을 찾고 불가능하면 퇴출이나 합병을 통한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위는 조건부 승인을 받은 7개 생보사들이 현 상태로는 증자나 외자유치 등 자구노력을 펼 능력이 없다고 판단,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회생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짓고 곧 재경부와 협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상 생보사는 동아.태평양.한덕.국민.조선.두원.한국생명 등이다. 이는 ▶서울.제일은행 처리방식과 비슷하게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부실 생보사에 출자하고 ▶경영을 정상화한 후 외국인 등에게 매각하거나 증시 상장을 통해 출자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안이다.

다만 해당 생보사들은 정부 출자에 앞서 감자 (減資) 와 인원.점포 축소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금감위는 정부가 7개 생보사에 출자할 자금을 순자산부족분 (자산총액 - 부채총액)에 해당하는 2조5천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위는 지난해 4개 생보사 처리 때와 같이 7개 생보사를 자산.부채양도 (P&A) 방식으로 퇴출시킬 경우 출자에 비해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훨씬 크며 금융권 전체에 미칠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는 우선 제2금융권의 다른 부실 금융기관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또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금융 구조조정에 투입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11조원밖에 남지 않은 실정이고, 생보사의 경우 현재 증시 상장의 길이 막혀 있어 자금회수도 막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아직 금감위로 부터 공식적인 생보사 처리 방안을 통보받지 못했다" 면서 "그러나 금감위가 정부의 증자지원을 요청해올 경우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재경부의 기본 입장" 이라고 밝혔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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