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대만 방문에 중국네티즌 비난 일색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5월 대만 마잉주(馬英九) 총통 취임 이후 순풍을 만났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 문제로 위기를 맞았다.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마 총통은 까오슝(高雄) 천쥐(陳菊) 시장 등 7개 야당 소속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요청한 달라이 라마 대만 방문을 27일 전격 수용했다.

이에 따라 달라이 라마는 9명의 수행원과 함께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대만을 방문해 태풍 모라꼿으로 피해를 입은 남부지방을 돌아보고 수재민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대만 정부 관계자는 “이번 (달라이 라마) 방문은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며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대만 주민들은 환영이다. 최근 대만 빈과일보(果日報)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주민 60%가 찬성했고 반대한다는 주민은 26%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를 강력 비난했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臺灣事務辦公室)은 27일 밤 성명을 내고 “어떤 형태로든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을 강력 반대한다. 대륙의 모든 동포들이 대만 수재민을 돕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는 이 때 야당(민진당) 일부 세력이 그를 초청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판공실 대변인도 이날 “달라이 라마는 순수한 종교인이 아니다. 그는 종교라는 허울 아래 지금까지 분리주의 활동에 개입해 왔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1959년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며 외국 정부가 그를 접촉하거나 초청하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도 비난 일색이다. 27일과 28일 중국의 포털인 왕이(網易)와 신랑왕(新浪網)에는 “이번 기회에 대만을 수복하자”, “대만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라”는 등 댓글 수천 건이 올라왔다.

한편 마 총통은 지난 8일 태풍 모라꼿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지지도가 29%에 불과해 지난해 취임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태풍 모라꼿 영향으로 대만은 지금까지 65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 상태다.

현재 인도에서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1997년과 2001년 두차례 대만을 방문했었다.

중국 사회과학원 대만연구소의 리자취안(李家泉) 소장은 “중국 정부는 이번 방문에 대해 반드시 (대만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며 이는 향후 양안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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