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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건강] 밤엔 '졸이고' 낮엔 '졸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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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한 스포츠 팬인 우건호(46.경기도 성남시)씨는 아테네 올림픽(13 ~ 29일)을 앞두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는 "당시 주요 경기들이 새벽에 벌어져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대회가 끝난 뒤에도 생체 리듬을 되찾는 데 보름 이상 걸렸다"고 회상한다.

프랑스 월드컵 이후엔 다행히도 올림픽(2000년 호주 시드니).월드컵(2002년 한.일) 등이 우리와 시차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 열렸다. 그러나 28회 여름올림픽이 열리는 그리스의 아테네는 우리와 6시간의 시차가 있다. 아테네가 오후 5시면 우리는 밤 11시가 된다. 따라서 오후 5시 이후에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선 자정 이후까지 깨어 있어야 한다. 밤잠을 설쳐가며 흥분 속에 TV로 경기를 관람하다 보면 생체리듬이 깨질 수 있다.

TV 앞에 바짝 다가가 손에 땀을 쥐고 우리 선수를 응원하다 보면 마치 항공기가 막 이륙할 때처럼 몸이 긴장된다.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의 모든 기관이 예민해져 다가올 위험에 대비하는 '데프콘 3'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올림픽 증후군'을 예방.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생체리듬을 유지하라=새벽까지 TV 중계에 눈을 떼지 못해 생체리듬을 잃으면 불면증에 걸리기 쉽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우리 시간으로 자정 이전에 열리는 경기는 ‘라이브’로 보되 그 이후에 열리는 경기는 예약 녹화를 하거나 다음 날 뉴스·재방송을 통해 시청할 것”을 권했다. 특히 불면증 환자와 지나친 흥분이 위험한 심장병·당뇨병·고혈압·뇌졸중 환자는 이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자정 이후의 경기를 꼭 ‘라이브’로 보길 원하는 사람은 일찍 귀가해 밤 9∼10시 쯤부터 경기 직전까지 수면을 취한 뒤 경기를 보고, 중계가 끝나면 바로 잠을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총 수면 시간이 5시간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야에 TV를 볼 때는 주위를 어둡게 해야 경기가 끝난 뒤 다시 잠들기가 쉽다.

수면의 생체리듬을 유지하려면 늦게 자더라도 평소의 기상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는 “낮잠이 심하게 밀려오면 오후 2시 이전에(매일 같은 시간에) 1시간 이내(보통 20분)로 잠을 자되 오후 3시 이후에 낮잠을 즐기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TV 시청 도중 수박이나 음료수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곤란하다. 요의(尿意)를 일으켜 밤에 자주 깨게 되기 때문이다. TV를 보면서 소리를 내거나 동작으로 응원하는 것도 경기 종료 뒤의 숙면을 방해한다. 응원하면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게 돼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이 나오므로 새벽에 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나친 흥분을 피해라=경기가 짜릿하거나 박빙의 승부이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더 흥분한다. 심장 박동이 빨라져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지는 것은 이런 흥분의 결과다. 또 속이 메스껍고,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심한 경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의식을 잃고 잠깐 쓰러질 수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준수 교수는 “고혈압·심장병 환자는 TV 중계를 보지 말아야 한다”며 “지나친 흥분은 협심증 환자에게 흉통·심근경색을, 고혈압 환자에게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혈압·심장병 환자가 경기를 보다가 가슴 통증·두통·어지럼증·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일으키면 일단 뉘워 안정을 취하게 하고 그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원칙이다.

경기를 보다 흥분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올림픽은 선수 개인의 영광이므로 일반인은 그냥 즐기면 된다, 우리나라의 국가별 순위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올림픽은 목숨 걸고 달려들 일은 아니다”는 생각으로 여유있게 시청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칼슘 섭취 늘리고 스낵·과자 먹는 양은 줄여라=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면 수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될 뿐아니라 과도한 흥분과 짜증을 줄일 수 있다. 칼슘은 신경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올림픽 비만’도 주의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밤에 TV를 보면서 스낵·과자·피자·땅콩 등을 먹는 것은 곤란하다”며 “열량이 높을 뿐더러 지방이 많아 소화가 잘 안되고, 밤에 산 분비를 촉진시켜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잠들기 2시간 전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으나 정 배가 고프면 소화에 부담이 적은 과일·과일쥬스 등을 섭취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올림픽 기간은 생체리듬이 불규칙해져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시기이므로 음주·흡연도 삼가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낮에 졸립고 정신이 멍해진다는 이유로 커피·콜라 등 카페인 음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카페인은 탈수·식욕 저하·인위적인 각성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올림픽 증후군' 해소법

■ 눈을 감고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앉거나 누워 5분간 명상에 잠긴다 이때 가능한 한 편안하고 즐거웠던 경험을 떠올린다

■ 심호흡을 깊게 세번 한다(한시간에 한두번)

■ 걷기.조깅.수영 등 가벼운 운동을 한다(주 4회 이상, 1회 20 ~ 30분)

■ 반신욕 등 목욕을 짧게 한다

■ 하루에 5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다

■ 음악을 듣거나 오락 영화를 본다

■ 심각한 영화나 도박 등은 오히려 역효과

■ 올림픽 기간엔 절주.금연한다

■ 경기 결과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자료=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 TV 시청 이렇게 하세요

■ TV 대각선 길이의 5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본다

■ 눈의 위치는 TV와 일치시킨다

■ 누워서 시청하지 않는다

■ 50분간 시청한 뒤엔 10분쯤 먼 산이나 하늘을 본다

■ 눈 주위 지압 등으로 눈의 긴장을 수시로 풀어준다

자료=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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