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힘’확 뺀 사실상 내각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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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직속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다수 의견인 1안으로 제시한 정부 형태는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정부제’다. 국회가 선출하는 국무총리가 외교·국방·통일을 포함한 국정 전반을 관장하고 대통령은 평시에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만 하는 정부 형태다. 1987년 헌법 개정 이래 22년간 지속돼온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송두리째 바꾸는 안이다. <그래픽 참조>

이 개헌안은 하반기 정국을 뒤흔들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이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큰 때문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4년 중임제 개헌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자문위 안과 유사한 분권형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조’ 프랑스와도 큰 차이=자문위의 ‘이원정부제’ 개헌안은 원조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프랑스와도 큰 차이가 있다. 프랑스는 샤를 드골 대통령의 5공화국 때 도입된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이 평시 외교·국방·안보 권한을 갖고 국가 위기상황 때는 행정부도 총괄하는 비상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한 자문위원은 “프랑스는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당 출신일 경우 사실상 미국보다도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이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앨 분권형 정부의 모델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자문위원도 “현대 사회에서 외교·국방 등 외치와 내치의 구분이 어렵고, 프랑스의 동거정부처럼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당이 다를 경우 국정의 마비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총리가 국정을 총괄토록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이 구속을 받지 않고 하원 해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자문위는 대통령의 해산권도 국무총리와 내각이 국회에서 불신임을 받을 때로 제한했다. 대통령의 임의적 권한 행사와 행정부의 불안정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자문위는 또 순수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처럼 국회가 총리를 불신임할 때도 후임 총리를 사전에 선출하는 ‘건설적 불신임제도’를 도입했다. 국정 불안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상·하원 양원제도 도입=자문위는 국회의 경우 정기국회와 임시회의 구분을 없애 상시 국회를 열도록 만들었다. 권력구조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상·하원 양원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이원정부제든 4년 중임 대통령제든 어느 권력구조로 개편하더라도 국회에 회계감사권과 예산편성권을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헌법의 기본권 조항에서는 국제화·세계화 추세에 따라 정치적 망명권(비호청구권)을 신설하도록 했다.

현재는 헌법 19조의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 것으로 인정되던 ‘사상의 자유’도 별도 조항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헌법 전문의 경우 국가 균형발전을 명시하도록 했다. 현행 헌법의 일본식 법문 표현들을 한글 표현으로 바꾸고 용어도 순화하도록 자문위는 제안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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