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서울 재건축아파트 값이 규제완화 기대감에 다시 뛴다. 호가(부르는 값)뿐 아니라 거래도 이뤄진다. 하지만 규제 완화 이면에는 함정도 도사리고 있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용적률 법정 상한 허용=재건축 단지의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지상 건축 연면적 비율)이 법정 상한선 까지 허용됐지만, 모든 단지가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조권이나 도로폭 사선제한(도로 폭과의 관계를 따져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것) 등의 건축 규제 때문에 도로 등 주변 기반시설이 나쁘면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올릴 수 없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신수1재건축구역은 최근 서울시 심의에서 법정 상한 용적률(300%)를 받지 못했다. 건축 규제로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용적률이 272.3%였다.
기반시설 여건이 괜찮다는 강남권에서도 법정 상한 용적률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 강남구 B단지는 법정 상한(300%)보다 훨씬 낮은 270%로 재건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접 도로의 폭이 좁아 높이 제한에 걸려 용적률을 이보다 높게 법정 상한까지 올릴 수 없다.
이들 단지는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적용될 용적률보다는 높게 재건축할 수 있지만 사업성이 좋아지는 데 한계가 있다. 당초 기대한 법정 상한까지 용적률을 적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건축 연면적이 10%가량 줄어 분양 수입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B단지의 경우 일반 분양분이 법정 상한 용적률을 적용할 때보다 100여 가구 줄면서 전체 분양 수입이 조합원당 8000만원가량 감소한다.
◆급등한 몸값…수익률은=이런 판에 용적률 상향 등의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서 막연한 기대감으로 재건축아파트 값은 급등했다. 강남권은 올 들어서만 20% 이상 뛰었다. 몸값이 오르면서 일부 단지는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10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강남구 A단지 50㎡의 경우가 그렇다. 지금 이 아파트를 4억원의 대출(이자 연 5%)을 끼고 매입해 105㎡를 배정받아 5년 뒤 입주한다고 가정하면, 추진위 구성 이후 입주 때까지 오른 집값의 일부를 국가에 내는 초과이익환수금 등을 포함해 총 13억2000만원가량이 든다.
하지만 강남구 비슷한 주택형의 시세는 13억원 정도. 수익은커녕 손해가 나는 것이다. 실투자금 6억5000만원을 5년간 정기예금(이자 연 4%)해 얻는 이자 수익(1억3000만원)보다도 못한 셈이다.
◆자유로운 입주권 거래?=많은 사람은 최근의 규제 완화로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 지위양도 내용을 짚어 보면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2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거나 ▶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2년 이내에 착공하거나 ▶착공일로부터 3년 이내에 준공되면 조합원 입주권을 사고팔 수 없다. 예를 들어 사업시행인가를 위해 사업 속도를 올리고 있는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를 지금 사서 되팔려면 사업시행인가가 안 난다는 조건에서 2년 뒤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조합 측은 내년께 인가가 날 것으로 내다본다.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인가일로부터 다시 2년 뒤(착공을 안 한다는 조건)에나 팔 수 있다. 2년 내 착공하면 다시 3년(준공이 안 난다는 조건)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사업이 진척되면 최장 7년간 팔 수 없는 셈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규제가 많이 풀렸지만 사업장별로 혜택의 폭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