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읍.면 단위 지역에 병원개업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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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97년까지 병.의원이 9곳에 불과했던 경북청도군에 지난해 갑자기 3곳의 의원이 새로 들어섰다.

산부인과의원 등 이들 의원 원장들은 모두 대구.부산 등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거나 의원을 운영하다 별다른 연고가 없는 이곳에 문을 열었다.

병원이 거의 없던 군.읍.면 단위 지역에 지난해부터 병원 개업 바람이 불고 있다.

도시지역의 경우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환자가 줄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농촌지역은 임대료가 싸고 아직 의료기관이 적기 때문이다.

전북도의 경우 읍.면지역 병.의원 (치과병원 포함) 은 지난해 말 현재 1백94곳으로 97년말 1백72곳 보다 1년 새 22곳이 늘어 났다.

병.의원을 개업한 의사들은 주로 전주시 등 시지역에서 영업이 안돼 문을 닫고 각종 의료장비를 그대로 옮겨 읍.면에 개원한 경우가 90% 이상이다.

강원도에는 지난해초부터 지금까지 모두 16곳의 병.의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홍천군에서는 지난 4일 호생한의원이 개업한 데 이어 9일에는 한림내과의원이 문을 여는등 지난해 문을 연 치과의원 3곳, 한의원 1곳, 일반의원 2곳과 합쳐 IMF이후 모두 8곳의 병.의원이 개업했다.

또 철원군에는 지난해 동송읍에 윤가정의원과 철원정형외과 등 2곳이 새로 생겼고 영월군영월읍.정선군정선읍.화천군화천읍.양구군양구읍.양양군양양읍에도 각각 1곳씩의 의원이 개업했다.

인제읍에는 지난해 4월 병원급의 중앙병원이 문을 열었다. 전남지역 의원수는 현재 6백9곳으로 1년 전의 5백57곳에 비해 52곳 (10%) 이 늘었다.

특히 영광.화순.고흥.장흥등 시.군에 새로 2~4곳씩의 의원이 들어선 곳이 많은데 특정 분야만을 진료하는 안과.이비인후과 등도 각 읍.면에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경북고령에도 지난해말 포항의 한 종합병원에서 정형외과 과장으로 일하던 의사가 개업한 의원이 하나 들어섰다.

이전에 5개의 의원이 있었지만 이같인 병.의원이 새로 생기기는 수년만이다.

이곳에는 현재 정형외과.소아과 등 2개의 의원이 올해 개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충북의 옥천.영동.보은에서도 지난해 12곳 (옥천 5.영동 4.보은 3) 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 8곳 (옥천 4.영동 2.보은 2) 의 병.의원이 개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 제주도에서도 의료시설이 열악했던 남제주군의 경우 97년말 의원 9곳, 한의원 2곳에 불과했던 데서 지난해 3곳이 새로 늘어났다.

지난해 7월 광주시내에서 전남장흥군장평면으로 옮겨 개업한 H의원 金모 (49) 원장은 "IMF이후 경제적인 이유로 시골로 내려오는 의원수가 늘었다" 며 "임대료도 싼데다 실내 집기류 등 시설비도 도시에 비해 크게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고령군 보건소 관계자는 "대도시에서 개업하던 병.의원이 시골로 내려오는 경우는 전에 없던 일" 이라며 "대도시 병.의원이 포화상태여서 환자를 찾아 오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찬호.서형식.안남영.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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