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독립영화 거장 로버트 알트만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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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내가 젊은 영화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그것은 '남의 충고에 너무 귀기울이지 말라' 는 것이다." '매쉬' '플레이어' '숏컷' 에서 '캔사스 시티' 까지 결코 주류에 타협하지 않는 '독립영화의 거장' 로버트 알트만 감독 (74).

가장 권위있는 독립영화축제로 꼽히는 선댄스영화제는 올해 알트만 감독의 신작인 '쿠키즈 포츈' (Cookie 's Fortune) 을 개막작으로 21일 미국 유타주 겨울휴양지인 파크시티에서 깃발을 올렸다.

할리우드 제도권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 다양한 스펙트럼' 을 추구해온 영화제의 성격때문일까. 50년동안 사람들이 원하는 영화보단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추구해온 노감독의 거침없는 이 발언은 선댄스만의 '독특한' 열기에 불을 지피기에 손색이 없어보였다.

미시시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비밀이 얽힌 가족과 마을사람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풍자적으로 그린 이 영화는 '그의 작품중 가장 즐거운 (pleasurable) 영화' 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2일 열린 기자회견장엔 감독과 더불어 글렌 클로즈, 리브 타일러, 크리스 오도넬 등 출연배우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독립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은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라며 말문을 연 그는 "일반 사람들은 '구두' 를 원하는데 우리는 '장갑' 을 만들기 때문" 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장갑' 에 대한 고집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영화를 만들때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할 거라 생각하지만 항상 결과는 나를 실망케 한다. 그러나 할 것은 해야만 한다." 그는 독립영화 프로덕션이 메이저의 자회사가 되면서 진정한 독립영화사가 없어져가고 있다는 데에 대해 "메이저없이 영화를 찍을 순 있지만 홍보와 배급이 어려워 독립영화의 존립이 어렵다" 며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그 대안이 '영화제' 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마흔 네살에 만든 '매쉬' 가 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다음 작품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영화제 수상은 내게 결정적 기회였다. 영화제야 말로 영화를 위한 최고의 일이다. 수많은 '작은' 영화들이 영화제에서 발견되지 않거나 인정받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길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젊은 영화인들의 작품을 계속 보고 있는가" 라는 질문엔 "물론" 이라며 이번 그의 영화의 편집을 맡은 한국출신 영화인 에이브러험 임을 극찬하기도. "캔자스출신 한국인인 그의 20분짜리 단편영화를 보고 주저없이 그에게 일을 맡겼다" 며 "아마도 여러분들은 앞으로 그의 영화를 보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영화를 못할 경우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은 해본 일이 없고 메카폰을 잡은 채 숨을 거두는 상상을 늘 한다" 고 말했다.

파크시티 =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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