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요금 인상에 앞설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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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초부터 공공요금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부터 부가가치세가 붙으면서 지난 1일 담뱃값이 10% 인상된 데 이어 엊그제는 수도권 지하철요금이 50원씩 올랐다.

그뿐인가.

경수로분담금 때문에 전기값은 3% 정도 오를 예정이며, 물이용부담금이 상수도값에 덧붙여지는데다 우편.철도요금도 올해 예산에 10% 인상계획이 잡혀 있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개인서비스료도 따라 들먹거리게 마련이다.

공공요금도 인상요인이 생기면 당연히 값을 올려야 한다.

물가란 누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어서 인상을 계속 억제하면 가격체계를 왜곡시켜 더 큰 부담을 초래한다.

우리의 경우 또 공공요금 중에는 수도값.전기값처럼 외국에 비해 값이 싸 낭비를 부르는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적절한 가격인상으로 낭비도 막고 투자재원을 마련해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을 거부하기만은 어렵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에는 반드시 공기업 스스로가 경영혁신을 통해 인상요인을 흡수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요금을 올릴 경우 경영합리화를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사전에 점검하며 경영부실에 따른 원가부담을 요금에 떠넘기는 일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공기업 부문이 금융.기업들에 비해 구조조정이 가장 뒤처져 있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를 맞아 민간부문은 기구와 인원을 줄이고 임금삭감 등 뼈아픈 구조조정을 해 온 반면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훨씬 뒤처져 있다.

실제 공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그동안 정부예산에서 지원받지 못한 재원을 해외에서 빌려 사업을 확장했다가 지난해 IMF사태로 수요가 줄면서 적자가 대폭 늘어 경영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악화된 경영상황을 벗어나는 돌파구로 요금인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부실을 초래한 일도 문제지만 사정이 그렇다면 공기업 입장에서는 인원정비.조직축소 등 더 철저히 경영합리화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공공요금을 올리려는 건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다.

올해는 환율하락에 임금.임대료 등도 안정세를 지속,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불안요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석유 등 국제원자재가격이 일시적 불안에 빠질 우려에다 경기가 하반기 이후 회복되면서 수요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물가가 뛰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저소득 서민들이다.

더구나 환란 이후 부유층은 소득이 늘어난 반면 서민들은 대량실업에 소득감퇴로 양극화 현상이 깊어져 서민가계가 입을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공공요금은 구조조정 경영합리화를 통해 최대한 흡수 노력을 기울인 뒤에야 인상을 시도하는 게 순서다.

공기업이 어려운 경제현실에 물가인상까지 선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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