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구 중고블록으로 가난한 구 보도 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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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자' 구에서 교체하는 중고 보도블록을 '가난한' 구에서 가져다 깐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있다.

서울 관악구 토목과는 지난 해 10월 달동네인 구암마을 진입도로 포장을 위해 서초구로부터 중고 시멘트 보도블록 1천여장을 공급받았다.

대상구간은 봉천5동 현대시장과 구암마을을 잇는 85번 마을버스 종점 인근 1백50여m의 비포장 도로. 관악구는 날이 풀리는 3월쯤 포장을 하기로 하고 중고 블록을 길가에 쌓아두고 있다.

관악구 관계자는 "예산이 없어 고심하던 중 서초구에 쓸 만한 중고 블록이 있다고 해 재활용 차원에서 공급받았다" 고 말했다. 기준재정수요충족도가 39%에 불과한 관악구는 보도포장 예산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재정충족도 1백20%를 자랑하는 서초구는 지난 해에만 8억원의 포장예산을 배정, 파손도 되지 않은 시멘트 보도블록을 고급 고압블록.투수콘 등으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자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관악구민 韓모 (40.봉천7동) 씨는 "관악구가 잘 사는 구의 폐기물 처분장이 된 느낌" 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보류되고 있는 지방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연말 제출한 이 법안은 시세인 담배세와 구세인 종합토지세를 맞바꿔 세수 평준화를 이루자는 내용.

서울 25개구중 20개구의 지지를 받고있는 이 법안은 그러나 부자구의 집요한 로비에 밀려 행자위 소위원회에서 '논의유보' 상태로 낮잠을 자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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