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미사일 계획은 위협'…협상제의 일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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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부로부터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망 (NMD) 계획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갈등은 미.러 양국의 전략핵무기를 절반 수준으로 감축키로 93년 체결된 제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 (STARTⅡ) 의 전면 백지화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NMD구축을 위해 72년 체결된 탄도요격미사일 (ABM) 협정을 수정하자는 미국의 제의에 러시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를 '국가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 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21일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국제협력국장 레오니드 이바쇼프 장군은 "미국이 가상의 적을 러시아가 아닌 북한.이라크 등 제3국가로 설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AMD협정의 수정 또는 탈퇴는 러시아 안보이익에 대한 위협" 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라크 등이 미국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ABM협정의 수정은 미국이 자체 미사일망을 강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바쇼프 장군은 "미국이 ABM협정의 수정을 시도할 경우 세계의 전략균형을 깨뜨리고 러시아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STARTⅡ의 비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자 미국은 'ABM탈퇴를 시사한 21일의 코언 장관 발언은 와전된 것' 이라며 한발 빼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있다.

그러나 NMD계획 추진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 사안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간의 '힘겨루기' 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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