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 “선진화로 가는 근본적 처방은 개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형오(사진) 국회의장이 26일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어 선진화로 나아가는 근본적 처방은 개헌”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상징되던 1987년 체제는 그 역할을 다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개헌으로 선진화 시대로 나아가자”는 주제 연설을 통해 개헌 논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는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개헌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면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며 “국회의장으로서 개헌을 실현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와 함께 이를 실현할 복안도 갖고 있다”고 못 박았다. 이어 “정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극한 투쟁을 지양하고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을 배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제의 폐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며 권력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개혁 과제로 제시한 선거제도 개편도 개헌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대선·총선의 시기 일치와 재·보선 횟수 축소를 예로 들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워싱턴 타임스의 앤드루 새먼 기자가 ‘양원제가 국회 폭력의 해법이 될 수 있느냐’고 묻자 “국회를 양원제로 구성하는 것은 대단히 좋은 해결 방법의 하나”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하원은 소선거구, 상원은 대선거구제로 선출하되 전체 의원 숫자는 현행대로 300명으로 유지하면 국회에서 대화와 토론, 숙고하는 시간이 더 많아져 대결 양상은 사라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일본 NHK방송 기자가 야당인 민주당의 개헌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자 “국회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자발적인 의원 연구모임이 개헌 정족수인 재적 3분의 2에 가깝다”며 “민주당도 내부 사정 때문에 개헌 얘기를 못하고 있지만 논의를 시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박순자 최고위원을 포함해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 15명이 참석했다. 국회 미래헌법연구회 공동대표인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한 명에게 집중된 국가 운영 구조를 바꾸려는 개헌 논의는 특정 정파나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여야가 함께해야 한다”며 “국회 개헌특위에서의 논의에 더해 헌법연구회는 국민 공감대를 이뤄 내는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 “개헌 논의 속도 내야”=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개헌과 선거제도, 행정구역 개편이 정치개혁의 3대 과제”라며 “논의에 속도를 내고 필요하다면 기구 정비와 보강도 하라”고 주문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9월 1일 예정대로 정기국회를 개회하겠다”며 “개회 즉시 야당과 협의해 국회 내 개헌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근혜계 영남 출신인 이해봉(대구 달서을)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서) 중대선거구제는 가장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중장기 과제로 남겨 놓아야 한다”며 “행정구역 개편도 가장 보수적이고 어려운 과제여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효식·선승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