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부모·자식 갈등 대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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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주부 조미선씨 (40.인천시계양구계산동) 는 요즘 초등학교 6년생인 딸과 냉전 중이다. 조씨는 며칠 전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밖으로만 나도는 딸을 호되게 야단쳤다.

이미 몇 차례 주의를 주고 타일렀음에도 "내 일에 신경쓰지 말라" 고 대드는 통에 회초리까지 댔다. 이후 딸은 방문을 잠그고 방안에 박혀 아예 얘기도 않는다.

중학3년생 아들을 둔 정옥경 (42.서울 송파구 오륜동) 주부도 아이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이 PC통신에 빠져 밤새도록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가 아침 11시에나 일어나는 등 금쪽같은 방학생활을 너무 불규칙하게 보내고 있기 때문.

겨울방학으로 엄마와 아이들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시간이 늘면서 사춘기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 모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자녀와 갈등은 부모가 서둘러 풀어야 한다" 며 "자칫 갈등이 장기화될 땐 아이들의 비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한다.

◇ 아이들 입장에서 이해하라 =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학 전에 나름대로 생활계획표도 짜고 규칙적인 생활을 준비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학교생활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에 빠져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나태해지기 일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윤지희부회장 (여.39) 은 우선 부모가 자신의 과거 방학생활 모습을 돌이켜 보며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것을 권한다.

공동육아연구원 김정희부원장 (41) 은 "아이들에겐 사랑도 지나치면 간섭이 되고 아무리 좋은 말도 자주 하면 잔소리가 된다" 며 "공부나 숙제같이 아이들이 예민하게 느끼는 말은 최대한 자제하라" 고 권한다.

◇ 적당한 벌도 필요하다 = 자녀의 생활이 너무 나태하거나 불규칙적일 경우엔 적당한 벌도 필요하다고 교육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아이에게 생활계획이나 목표를 실행가능한 것으로 다시 짜도록 하고 만일 이를 어길 경우엔 벌이 따른다고 일러준다. 벌의 내용은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동의를 얻어 조정한다. 그런 후에도 지켜지지 않을 땐 반드시 약속대로 벌을 가해 엄마도 일관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엄마도 달라져야 한다 = 초등학교 6년생 아들과 중학1년생 딸을 둔 송미현 (38.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주부는 최근 오전 시간을 활용해 볼링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는 오후 대신 일부러 오전 시간을 택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송씨는 "하루종일 아이들에게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아 내 생활을 갖기로 했다" 며 "서로 생활시간이 엇갈리다 보니 애들과 부딪히는 일이 부쩍 줄었다" 고 들려준다.

원광아동상담센터 유미숙소장 (43) 은 "자녀의 방학기간을 이용해 엄마도 나름대로 자기생활을 갖는게 좋다" 며 "자기개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엄마의 새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 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같이 집안에 있더라도 분리된 생활을 해보도록 한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 안방에 들어 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

◇ 아빠는 훌륭한 중재자 = 회사원인 김인규 (46.서울 도봉구 쌍문동) 씨 집에선 지난주 고등학교 1년인 외아들과 엄마간에 고성이 오고 갔다.

아들이 여자친구와 밤늦도록 전화통화를 한 게 화근. 아빠가 없던 틈을 타 시작된 엄마의 주의는 점차 성적.공부문제로 이어지면서 아들이 엄마에 대드는 결과까지 초래한 것.

한국자녀문제상담소 정송 (45) 소장은 "모자간의 갈등엔 아빠의 중재가 제일 중요하다" 며 "그러나 집안의 작은 불씨가 남편.아내간의 마찰이나 부모.자식간의 불화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 을 주문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아이들 생활에 관심을 보여 대화를 나누는 등 평소 부자간에 신뢰를 쌓아두어야 함은 물론이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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