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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불시 시찰 … 전두환때가 가장 바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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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전두환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25년간 대통령을 경호한 최기남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그는"대통령 경호는 모든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종합예술"이라고 평가했다. 신인섭 기자

외부에 신원이 잘 노출되지 않지만 외모만 보면 딱 티가 나는 사람들이 있다. 청와대 경호원들이다. 전직 청와대 경호원 최기남씨도 그렇다. 딱 벌어진 어깨와 두터운 가슴, 날카로운 눈빛이 영락없는 경호원이다. 25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한 전직 청와대 경호실 이사관 최씨를 만나 청와대의 경호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경호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세명대 경찰행정학과에서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언제 경호원이 됐나.
“1981년 7월 경호실 공채로 들어가서 2006년 퇴직했다. 청와대에 오기 직전 군 복무를 청와대 뒷산(북악산)을 지키는 수도경비사령부 소대장을 했으니, 그것까지 따지면 27년을 한 셈이다.”

-80년 12·12 당시 역사의 현장에 있지 않았나.
“그렇다. 당시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신군부에 맞서기 위해 필동 사령부로 출동했다가 장 사령관이 체포되면서 원대 복귀했다. 무장간첩 김신조가 체포된 이후 청와대 외곽 경비 병력이 자리를 비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경호가 어려웠던 분을 꼽는다면.
“항상 어려웠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수시로 불시 민정시찰을 나갔다. 시장ㆍ파출소ㆍ공원 등 현장을 자주 찾았으므로 많이 바빴다.”

-재미있는 일화도 많았을 것 같다.
“한번은 전 전 대통령이 군 초소를 찾아 경비병끼리 사용하는 전화를 불쑥 들었다. 그러자 상대편 고참병이 부하인 줄 알고 반말로 호되게 야단치는 해프닝을 벌인 일이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는 좀 편해졌나.
“노 전 대통령은 주말에 골프를 즐겼다. 대통령이 골프장을 가면 경호요원들은 전날 새벽부터 그 넓은 골프장을 샅샅이 훑어야 하는데 그 일도 보통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해외로 출장 갈 때 어려웠다. 아침에 늘 조깅을 했는데, 적당한 조깅 코스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경호팀은 사전 답사를 하면서 조깅 코스부터 체크해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불편을 느껴 청와대 안에 슬로프를 만들었다. 휠체어도 준비했는데 이희호 여사가 ‘자꾸 걸어야 한다’고 주장해 잘 쓰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격식을 파괴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경호실은 늘 신경을 써야 했다.”

-대통령 주위에 있다 보면 사생활도 많이 볼 것 같다.
“대통령의 사생활은 절대 발설하지 않는 게 경호원의 철칙이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특별검사는 영장까지 받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호원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캐나다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 총리는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미국 측 경호를 거부했다.”

-과거 경호실이 권력기관으로 군림하던 시절도 있었다.
“솔직히 경호실이 강한 건 비정상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로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호 업무의 특수성과 독자성은 인정해 줘야 한다.”

-몇몇 대통령이 탈권위주의를 강조하며 경호의 간소화를 주장한 적이 있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직 중 경복궁에서 조깅을 했다. 그때 인왕산이 개방됐는데 혹시나 안전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내가 30일 동안을 밤낮으로 산에 머물며 망원경과 카메라를 동원해 위해 요소가 있는지, 없는지 살폈다. 결국 YS는 조깅 장소를 청와대 내 녹지원으로 바꿨다.”

-경호원이 되려면 무술을 잘해야 하나(최씨는 유도 5단, 태권도 2단, 특공무술 5단의 유단자다).
“필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경호는 종합 예술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시설점검팀, 음향통신팀, 사전 점검팀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역할을 나눠 체크한다. 검식관들은 물이나 식재료까지 점검한다. 휴대전화 전파도 전면 차단된다. 러시아가 체첸 반군 지도자를 공격할 때 보면 전파음을 찾아서 미사일을 쏜다. 위해 요소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 전문 영역별로 첨단 경호 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윤창희 기자·김한수 인턴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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