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취업 실업자 몰린다…경쟁률 7대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9일 오후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해외건설협회 사무실. 건설 관련 업종에 종사하던 수백명의 실직자들이 발디딜 틈 없이 몰려들어 해외건설 취업 지원서를 쓴 뒤 삼삼오오 모여앉아 취업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개설된 접수처에 지원한 실직자는 19일 현재 8천여명. 하루평균 1천여명 꼴이다.

20일 마감되면 지원자는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선발인원이 1천5백명으로 한정돼 있어 경쟁률은 7대1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 어떤 사람들이 신청하나 =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며, 간혹 60세가 넘은 노령층과 여성들도 눈에 띈다.

지역도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지원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실직 뒤 이곳저곳 문을 두드려 봤지만 하늘의 별따기네요. 해외 공사판이라도 나갈까 해서 찾았습니다. "

다섯살짜리 딸.부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朴모 (39) 씨는 지난해 중소 건설업체에서 내장 목공일을 하다 회사 부도로 실직한 뒤 1년 가까이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원자들의 직종도 새시.미장.철근.방수.타일.용접 등 다양하다.

특히 지난해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주택.건축분야가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아 이 분야 종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국내 실업자수는 약 1백55만여명. 이중 건설 관련 실업자가 전체의 20%, 31만여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상자 선정 및 취업전망 = 해건협은 서류심사를 통해 국내외 건설현장 경험이 3년 이상인 실직자로 주소지 관할 동사무소.지방노동사무소 등에 구직등록한 사람을 대상자로 선발, 3월 중 개별적으로 안내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해건협 홍준표 (洪俊杓) 해외인력관리실장은 "해외건설 현장경험이 많고 건설 관련 기술자격증을 많이 소지한 사람으로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선발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한다.

그러나 선발된 즉시 취업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건설업체에서 구인신청을 보내와야 하는데 IMF체제 이후 해외건설 수주가 크게 줄어 아직까지 신청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건설 수주가 부진할 경우 길게는 올 연말까지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이들이 받게 될 급여는 기능과 경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인당 월평균 1백50만원선으로 추정되며 파견 지역은 아시아를 비롯, 아프리카.중남미 등이다.

이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