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탐라순력도'놓고 경북 영천시-제주시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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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보물 '탐라순력도' 를 놓고 경북 영천시와 제주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탐라순력도는 조선조 숙종 28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병와 (甁窩) 이형상 (李衡祥.1653~1733) 이 1년간 제주를 순례하며 화공에게 제주의 곳곳을 그리도록 해 남긴 화첩.

당시 제주풍경.민속등이 섬세한 필치로 담겨져 있는 등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높아 보물 제 652 - 6호로 지정돼 그동안 영천시에 소장돼 왔었다.

두 자치단체의 갈등의 발단은 제주시가 지난해 말 바로 이 탐라순력도의 소장자였던 李목사의 종손인 李모 (87.경북 영천시 쌍계동) 씨를 통해 탐라순력도를 사들이면서부터. 탐라순력도가 제주시 소유가되자 이달초 영천시 향토사연구회가 매입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공개질의서를 시에 보내오는 한편 李목사의 후손들이 시측에 반환을 요구하는등 법적으로까지 대응할 태세다.

탐라순력도는 李씨 문중의 공동재산이자 문화유산으로 제주시의 매입은 단순 관광상품화를 위한 것에 불과, 반환이 마땅하다는 것. 영천시측도 공문을 보내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李씨의 개인소장품이지만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니만큼 제주시가 매입과정에서 한마디 귀띔이라도 해줘야 하는게 순리라는 주장. 게다가 탐라순력도 보존을 위해 지난 81년 2천6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호각 (閣) 을 짓는 등 그동안 2억여원이 관리예산이 들어간 마당에 제주시의 행동은 한마디로 '몰지각한' 처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시는 '이유없다' 는 반응이다.

李씨와 그동안 꾸준히 접촉, 3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산데다 문화재관리법상 소장지 이전신고만 하면 될 뿐 아무런 법적하자가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탐라순력도 매입으로 시의 숙원인 제주목관아지 (濟州牧官衙址.조선조 제주관청터) 복원사업이 이제 활기를 얻게 된 마당에 영천시측의 주장은 '억지' 라고 맞서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법적 하자가 없는 만큼 별다른 대응을 검토하지 않는다" 면서 "제주의 옛 모습을 담은 문화재니만큼 제주에서 관리하는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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