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서울예술단 뮤지컬 '바리-잊혀진 자장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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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서울예술단 (이사장 신선희) 이 9억여원을 쏟아부은 야심작 '바리 - 잊혀진 자장가 (김정숙 각색.김효경 연출)' 가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바리데기' 고대설화를 오늘날의 해외입양아 이야기와 접목해 바리의 환상적인 여정으로 풀어놓았다. 02 - 523 - 0987.

비효율적인 공립단체 이미지가 너무 강해 개막 직전까지 '변해봤자 서울예술단' 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결과는 일단 변신 성공에 합격점을 줄만하다.

호화 캐스팅과 쟁쟁한 스태프들이 만든 화제작답게 많은 볼거리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대를 폭넓게 사용한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미술 (신선희) 과 시공을 초월한 금속성의 의상 (변창순) 은 제작비의 위력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감각적이면서도 예술성을 잃지않은 안무 (안애순) 역시 작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이번 무대의 가장 큰 수확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잠재력을 지닌 젊은 뮤지컬 작곡가 한 명을 얻었다는 것.

작곡가 원일은 대사 없이 2시간 동안 이어지는 뮤지컬 음악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발라드 풍의 아리아는 물론, 기존 창작뮤지컬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한국적 음악어법으로 승부를 걸어 신선함을 주었다.

1막의 '자장가' 코러스를 비롯해 마치 창을 하는 듯한 빨래터 삼신할미 (전수경) 의 아리아 등은 귀에 익은 구전 음악을 차용해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전반적인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주인공 바리 (이선희.임선애) 의 아리아가 대부분 고음으로 고조되는 노래들로 이루어져 있어 줄거리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기보다는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긴장을 유발시킨다는 점.

가수 이선희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뮤지컬 스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나 특유의 내지르는 창법은 때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장면 장면은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함으로 가득 차 있으나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특히 1막은 줄거리를 지나치게 설명적인 대사로 반복해 뛰어난 코러스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느낌을 줘 뮤지컬에서 대본의 중요성을 실감케했다. 이런 몇몇 점을 보완한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레퍼토리로 발전할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여진다.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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