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 캠핑장, 4인가족이 150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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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낮 기온이 섭씨 32도를 넘은 지난 15일. 난지캠핑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달 초 재개장한 이래 최대 인파가 몰린 것. 한강난지공원특화사업으로 1년 가까이 문을 닫았던 난지캠핑장이 늦여름 피서지로 뜨고 있다.


“다음주에 또 와야겠어요.”

이날 오후 7시 캠핑장에 도착한 조경원(35·서초구 방배동)씨는 “강바람이 부드럽고 시원하다”며 짐을 풀기도 전에 다음 캠핑 계획을 세웠다. ‘캠핑 초보’인 조씨 가족은 얼마전 텐트부터 랜턴까지 야영에 필요한 기본 장비를 모두 구입했다. 알뜰여행으로 이만한게 없겠다 싶어서였다.

“유치원생인 아들과 가족여행을 자주 가는데 숙박비가 만만찮아요. 콘도나 펜션에서 다섯 번 묵을 비용이면 웬만한 장비는 갖추겠더라고요.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아이와 함께 텐트 치고 요리하고….”

이곳 캠핑장 이용객의 60~70%는 가족 단위다. 2002년 개장 때부터 꾸준히 찾는 캠핑 매니어가 적잖지만 지난해부터 조씨 가족처럼 캠핑에 새로 도전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경기회복이 더뎌 씀씀이를 줄이는 사회분위기인 데다 최근 30~40대 중심으로 캠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난지캠핑장 변의섭 대표의 말이다.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은 한강공원에서 유일하게 취사와 야영을 할 수 있는 도심 캠핑장이라는 것. 이용료도 한 사람당 3750원(어린이2000원)으로 저렴하다. 1만5000원이면 4인 가족이 하룻밤을 지낼 수 있다. 이달 주말 예약은 지난 1일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마감됐다.

“오후 4시에 도착했는데 빈 자리가 없어 놀랐다”는 정명훈(35·서초구 방배동)씨는 “휴가가 끝나 아쉬웠는데 또 한번의 휴가를 보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가양대교 방향으로 1km 가량 옮겨 새 둥지를 튼 캠핑장은 2만 6000㎡ 규모로 최대 970명이 이용할 수 있다. 재개장하면서 텐트 면(야영 자리)이 150면에서 194면으로 늘었다.

캠핑장 안에는 취사장·조리대·온수샤워장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졌다. 새단장한 덕분에 시설이 쾌적하고 편리한 편. 육류·채소류·음료를 판매하는 매점이 들어서 미처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걱정 없다. 텐트·버너·바비큐그릴 · 그늘막 등 야영에 필요한 물품도 빌릴 수 있다. 대여료는 1000~2만5000원. 텐트는 4~20인용까지 인원에 따라 다양하게 대여한다.

변 대표는 “빈손으로 와 필요한 장비를 빌리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거의 대부분 직접 챙겨오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숙박을 하지 않고 간단한 취사나 바비큐만 즐길 나들이객은 따로 예약하지 않고 빈곳에 자리를 잡아 이용하면 된다. 주변에 강변물놀이장·자연생태학습장(3만 3600㎡)·천연잔디야구장(98m×122m·2개)·국궁장(1만 1200㎡)같은 즐길거리도 넉넉하다. 특히 이달 개장한 강변물놀이장은 길이 140m, 최대 수심 80cm로 어린이 물놀이 장소로도 안성맞춤. 물이 깨끗한 데다 무료(내년부터 유료)여서 찾는 이가 많다. 캠핑장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걸어서 10분 거리다.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진입로와 주변이 어수선하다는 것이 흠. 주차는 한강시민공원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캠핑장과 별도로 운영돼 주차비(1일 기본요금 3000원)를 따로 내야 하지만 공사 중인 관계로 올해 말까지 무료다. 주차장과 캠핑장이 떨어져 있어 짐은 손수레로 실어 날라야 한다. 9월 중순쯤 주변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서울 근교에 사는 친척들이 모두 모였다”는 최영진(14·고양시 화정동)군은 “사촌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신난다”고 전했다.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야영객은 금·토요일 저녁에 몰린다. 일요일엔 더위를 피해나온 나들이객이 대부분이다. 캠핑장은 1년내내 개장한다. www.nanjicamping.co.kr

▶문의=02-304-0061~3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사진설명]
고기 굽고, 텐트 치고, 뛰어놀고…. 지난 15일 난지캠핑장은 늦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온종일 북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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