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창업]부부.사촌.조카…통합단말기 회사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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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9월 벤처기업 ㈜지한정보통신 (서울강남구삼성동 두양빌딩 3층) 이 문을 열던 날 이성호 (李成浩.45) 사장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침내 해냈다는 기쁨, 시리고 매웠던 지난날들의 기억, 그리고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다짐…. 그 환희의 자리엔 부인 박선자 (朴先子.43) 총무부장.사촌 동생 이상일 (李相日.36) 개발부장.조카 이용모 (李鏞模.36) 관리차장이 함께 했다.

이들 일가족이 힘을 합쳐 세운 벤처기업이 개발한 '빅콜 통합 키오스크 (Kiosk)' 는 은행 현금지급기 크기의 첨단 멀티미디어 통합 정보단말기.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되는 이 단말기는 인터넷 검색.민원서류 발급.항공권 등 티켓 예약발급은 물론 자동이체 등 은행업무.무선호출 착발신.동영상 광고 등 30여가지의 기능을 통합 수행하는 첨단 기기다.

지한은 대림정보통신 등 10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 지방자치단체 정보화 시범사업의 하나로 서울 도봉구청에 단말기 10대를 이달중 납품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제품 판매에 들어간다.

다음달까지 대전매일경제신문사 등에 1백여대, 총 15억원어치의 단말기를 납품할 예정이며 전국 시외버스터미널 자동매표기 관리업체인 ㈜CIS시스템 등과도 계약을 진행중이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3백억원. 경기가 풀릴 경우 그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내년엔 주식장외등록시장인 코스닥에도 등록할 예정이다.

창업 반년도 안돼 이같은 성과를 거둔 李사장이 통합정보단말기 제작에 착수한 것은 94년. 의류판매업.음향기기 제작업 등으로 잘 나가던 그가 일본 기업으로부터 필름소재 기술을 전수받아 국내 공장을 설립하던 중 도산한 뒤였다.

"내 힘으로 개발한 기술, 그것도 첨단 기술이 아니면 안된다는 걸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 李사장의 '자기 기술 개발 결심' 에 맨 먼저 합류한 가족은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인 사촌 동생 상일씨. 상일씨는 이후 제품의 핵심 기술인 통합 컨트롤러 개발을 도맡았다.

이후 온갖 시행 착오를 거듭하며 기술 개발에 노력하기 4년여. 지난해 2월엔 李사장의 조카 용모씨가 팀에 합류했다.

용모씨는 98프랑스월드컵 주경기장 전광판을 제작.납품했던 벤처기업 ㈜레인보우비전 출신. 레인보우가 IMF 한파로 쓰러진 후 가족 창업에 합류했다.

연구관리 전문가 용모씨의 합류로 더욱 힘을 얻은 일가족은 기술개발과 개인투자자 유치 (15억원)에 박차를 가해 마침내 국내 첨단 통합 정보단말기 기술의 1인자임을 자부하게 됐다.

"통합 정보단말기의 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기술개발에 계속 노력할 겁니다. " 일가족 창업으로 우뚝 일어선 지한 가족은 "기묘년 (己卯年) 이 성공 원년" 이라고 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02 - 3453 - 3100.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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