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7월 통신보안장비 시판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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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일반인들도 정부가 사용을 금지해온 도청 방지기와 데이터 암호화장치 등 통신보안장비를 시중에서 쉽게 구해 쓸 수 있게 된다. 전자서명법이 하반기에 발효됨에 따라 정부가 더 이상 이들 장비의 사용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전면 해제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불법도청에 따른 정치사찰 의혹 시비가 줄고 기업들은 보다 안전한 보안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되며, 보안장비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는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통신보안장비에 대한 규제를 해제키로 하고 안기부 등과 협의 중" 이라면서 "안기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빠르면 하반기부터 통신보안장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이미 이들 장비의 민간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데다 안기부도 정보화시대에 통신보안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규제를 푸는 데 문제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협의가 끝나면 전기통신기본법의 형식승인 품목에 통신보안장비 항목을 추가해 제조.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안기부도 그동안 사용불허의 명분이었던 '통신보안장비 수입 및 판매 금지와 관련된 관계부처 협조조항' 내규를 없애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통신보안장비 사용이 금지돼 일부 업체가 이를 수입하거나 제조.판매하려다 수사기관에 의해 '세무조사' 를 받는 등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극도의 통신보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은행의 경우 전산통신장비를 이중으로 설치해 인터넷 등 외부 통신망과 연결된 단말기에는 주요 내용이 게재되지 않도록 하거나 아예 밀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통신보안장비 시판이 허용될 경우 시장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데다 첨단 정보통신분야인 암호화코드에 대한 기술개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신보안장비는 미국이 사생활보호 차원에서 77년부터, 일본이 82년부터 사용을 허용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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