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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60주년 맞은 재즈계 名레이블 '블루노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지금 뉴욕은 한 재즈레이블의 '환갑잔치' 로 떠들썩하다. '빌리지 뱅가드' '버드랜드' '스윗 배질' 등 한국재즈팬들도 잘 아는 뉴욕의 8개 재즈클럽에는 1월 내내 칙 코리아 그룹.보컬리스트 카산드라 윌슨 등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정확히 60년전 탄생한 재즈레이블 '블루 노트' 의 장수를 축하하는 공연들이다. "블루 노트의 역사가 바로 모던재즈사 (史)" 란 말이 있을만큼, 블루 노트는 현대 재즈사를 대표하는 명문 레이블이다. 컬럼비아.버브 등 다른 재즈레이블도 꾸준히 음반을 내고있으나 재즈사의 흐름을 바꿀 진보적 장르를 집중 출반, 레이블 고유의 색깔을 만든 것은 블루 노트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40년대말~50년대초 재즈의 근본을 뒤흔든 '밥' (Bop) 장르를 주도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밥' 은 규격화된 빅밴드 연주로 인해 백인의 춤 장단 수준으로 전락한 40년대 스윙에 반발해 등장한, 어둡고 저항적인 분위기의 음악. 블루 노트는 47년 혁신적 밥 뮤지션 델로니어스 몽크.버드 파월 (피아노) , 아트 블래키 (드럼) 를 영입, '밥 무브먼트' 의 구심점이 됐고 54년 클리포드 브라운.호레이스 실버 등이 참여한 명반 '어 나이트 앳 더 버드랜드 (54년)' 로 '밥=블루 노트' 의 등식을 수립했다.

이후 65년까지 주옥같은 명반을 쏟아내며 밥을 잇는 '하드 밥' 과 전위적인 분위기의 '아방가르드 재즈' 등 모던재즈의 흐름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무명이던 마일즈 데이비스 (트럼펫).허비 행콕 (피아노) 등을 발굴해냈고 '재즈사상 최고의 엔지니어' 라는 루디 반 겔더를 영입, 악기 각각의 음색을 고스란히 살려내는 고유의 사운드를 확립했다.

또 디자이너 리드 마일스를 스카웃해 흑백사진에 과감한 원색을 조화시킨 음반재킷을 만드는 등 음악 - 녹음ㅡ디자인의 3박자를 일치시키며 부동의 위치를 굳혔다.

미국재즈의 상징인 블루 노트는 역설적이게도 39년 1월 당시 미국의 적국이었던 독일출신 청년 알프레드 리온에 의해 세워졌다. 1908년생인 리온은 16세때 베를린에 온 샘 우딩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반해 재즈음반 3백장을 사들인 재즈광. 30년대 들어 나치가 재즈를 '퇴폐적' 음악으로 탄압하자 38년 미국으로 망명, 이듬해 블루 노트를 창립했다.

리온의 '뮤지션 사랑' 은 남달랐고 이것이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특별히 아낀 몽크의 경우 그의 습작까지도 녹음하려 했고, 녹음 전 뮤지션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와인을 함께 마시며 담소하는 습관은 유명했다.

어설픈 즉흥연주를 막기위해 재즈사상 초유의 '녹음전 리허설' 을 도입하기도 했다. 완벽주의자였던 리온은 제작비가 예상액을 넘어도 그대로 밀어붙였고,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경우에는 미련 없이 폐기해 버렸다.

흥행 아닌 음악을 우선한 레이블인만큼 시련도 많았다. 41년부터 8년간 2차대전 영향으로 개점휴업했고 79년 경영난으로 다시 문닫는 위기를 맞았으나 일본 팬들의 열성적 음반구매로 6년뒤 겨우 되살아났다.

이 와중에 리온은 경영에서 물러났고 87년 숨졌지만 레이블 전통은 현재도 여전하다. 최근작인 돈 바이런 (클라리넷) , 메데스키 트리오 등의 과감하고 실험적인 음반은 이를 증명한다.

한국 재즈계에도 블루 노트는 많은 영향을 미쳤으나 데이비스.행콕등 국내에 특히 인기높은 스타들이 다른 음반사로 이적한 탓에 레이블 자체 인기는 그리 높지 않다.

돈벌이에 앞서 스스로 만족스런 작품을 만들려는 '장인정신' 이야말로 블루 노트 '60년 정상' 의 비결이 아닐까.

◇ 블루 노트 = 재즈에서 블루스 음계의 핵심이 되는 음을 가리키는 말. C장조의 경우 B음과 E음을 각각 반음 내린 음과 다. 재즈가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블루 노트 때문이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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