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동날 정도로 한식 인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3면

“자동차 디자인이 서로 닮아가듯, 각 나라의 요리도 다른 나라의 음식 문화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비슷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식을 세계화하려면 우리만의 특색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 맛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낀 기회였습니다.”

남태평양에 있는 프랑스 해외자치주 뉴칼레도니아에서 8일 열렸던 미식축제인 ‘터치 오브 프랑스(Touch of France)’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고 돌아온 요리 연구가 안정현(59·사진)씨의 말이다. 이 행사에선 한국·일본·프랑스·호주·뉴질랜드 등 5개 나라의 대표 요리사가 뉴칼레도니아의 주도 누메아의 5개 유명 레스토랑에서 솜씨를 겨뤘다.

“남태평양에서 프랑스 요리가 가장 발달한 곳인데다 풍광도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 축제였어요. 이번에 나온 요리들은 프랑스풍이 강하더군요. 음식재료나 양념은 현지 사람의 기호나 입맛에 맞춰 쓰되 나라별로 고유한 풍미를 잃지 않았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아요.”

안씨는 재료와 조리 방식은 정통 한식을 고집했다. 전통요리인 오이선과 궁중에서 먹던 여름 별미인 편수, 해물 파전과 고추전, 갈비구이, 홍시 팥빙수와 오미자차를 차례로 내놨다. 그러면서도 음식을 담을 때는 꽃과 꽃잎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더했다.

현지에서 구한 쇠고기가 방목한 소에서 나온 것이라 질겨 걱정이 많았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나흘 동안 90인분을 만들었는데 재료가 모자라 예약을 더 받지 못했을 정도였다. 프랑스 대표인 디디에 끌레망은 파전의 바삭하면서 말랑한 맛에, 뉴질랜드 요리사인 줄리 클럭은 오미자의 묘한 맛에 반했다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안씨는 “5월의 국제교류재단 주최 워싱턴 만찬 때는 그들의 입맛에 맞느냐를 걱정했지만, 이번에는 우리 맛을 보여주는 게 한식 세계화의 첫 걸음이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식당 ‘우리가 즐기는 음식예술(우리가)’ 대표인 그는 한식 세계화 포럼 위원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올 들어 5월 워싱턴 정·재계 인사 만찬, 6월 제주도 한·아시안 정상과 각료 오찬과 국제 방송통신콘퍼런스 장관 오찬 등을 맡았다. 10월에는 로마의 한국 대사관 초청으로 한식 홍보 만찬을 마련한다.

꽃과 어우러진 그의 음식은 한국 음식 예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세계적인 프랑스 요리사 피에르 가르니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뉴칼레도니아 글=남승률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임재철 더 스튜디오 대표

◆뉴칼레도니아=프랑스의 해외 영토로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다. 연평균 24℃로 쾌적하며 중생대 시대의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섬의 60% 이상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또 바다와 산맥과 평원이 고루 분포해 수상스키·요트·승마·사냥·골프 등 다양한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개설돼 있고 시차는 2시간이다.

◆터치 오브 프랑스=뉴칼레도니아 관광청에서 올해 처음 기획·주관한 미식 축제로 8월4일부터 8일까지 열렸다. 이 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5개 나라의 대표 요리사가 현지의 5개 유명 레스토랑에서 나라별 음식 문화와 새로운 음식을 선보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