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공주 새 수도 확정] 이 총리, 수도 이전 '총사령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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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가 수도 이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1일 새 수도 최종 입지 선정 결과를 그가 발표한 것이다.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도 직접 했다. 그동안 이런 발표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의 김안제 공동위원장이 주로 맡았다.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은 그만큼 이례적이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9일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느닷없이 "(상징성이나 효과 면에서)누가 발표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발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었다.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은 "총리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의 공동위원장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나라당.민주노동당이 반발하고 여론이 유리하지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총리가 이 문제를 강하게 틀어쥐고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 총리실에는 신행정수도지원단도 구성됐다.

총리가 직접 나서는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총리실은 교감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의 한 측근은 "대통령과는 이심전심으로 이미 다 이해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인 국정 운영은 총리가 총괄하라"며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이 총리는 총리직에 오르기 전부터 수도 이전에 깊이 개입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채택하는 데 그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선거기획본부장을 맡아 공약 개발 등을 진두 지휘했었다.

총리 자신도 수도 이전의 필요성에 대한 확신이 크다. 그는 10일 한나라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내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던 2000년에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를 오랫동안 보좌했던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총리는 의원 시절 수도 이전 등 수도권 과밀해소 방안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총리는 항의 방문을 온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치도 밀리지 않고 또박또박 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의 기세에 주춤했다. 그는 당초 계획대로 이전 작업을 추진할 것임도 분명히 했다.


이 총리는 앞서도 수도 이전에 대한 강경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지난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 때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 "특별법이 통과될 때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난데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비이성적인 주장을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총리의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에 대해 총리실 안팎에선 "역시 대통령이 믿고 힘을 실어 줄 만하다" "실세 총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선 '이 총리 2인자론'이나 '이해찬 대망론'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총리 자신과 그의 측근들은 펄쩍 뛴다. 한 측근은 "대권 행보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총리가 대권 행보나 하고 다니겠느냐"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 총리도 출입기자들에게 "일하는 총리로 끝내고 싶다"는 얘기를 여러번 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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