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변호사 자성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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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전지역의 한 변호사가 법조인들의 뼈아픈 자성을 촉구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변호사들 사이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곽노준 (郭魯俊.45) 변호사는 지난 11일 대전변호사회 94명의 회원 모두에게 보낸 A4용지 5쪽 분량의 편지에서 "절대권력 체제에서 인권옹호의 대명사로 존경받던 변호사들이 최근 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존재로 굴러떨어졌다" 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이어 수년전 대전지방변호사회에서 브로커 사무장을 통한 사건수임을 추방하자고 자정결의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갓 개업하거나 사법연수원을 졸업해 사무실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분이라 해도 브로커에 의한 사건수임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郭변호사는 "언론매체에서 변호사가 사건 수임때 사무장에게 10%,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20%씩 떼어주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사실이 아니라고 믿어왔던 내 자신이 어리석었다" 며 "간판이 크다고, 또 건물벽을 변호사 간판으로 도배한다고 수임사건수가 수십배로 뛰는 것도 아닌 만큼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지키자" 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는 또 법조계의 전관예우 (前官禮遇) 관행에 대해서도 "왜 개업한 지 1년 안에 10억~30억원을 벌지 못하면 자존심에 금이 간다고 생각하는지 답답하다" 며 강하게 비판했다.

郭변호사는 "자식들로부터 '브로커가 무엇이냐, 변호사와 브로커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 는 부끄럽고도 난처한 질문을 더 이상 받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고 편지를 맺었다.

郭변호사는 "일부 변호사들의 비리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부분 변호사들이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워 편지를 보내게 됐다" 고 말했다.

78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郭변호사는 84년 사법시험에 합격, 87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뒤 줄곧 대전지역에서 변호사로 개업해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대전변호사회 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대전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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