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마이클 조던 은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 프로농구 (NBA)에는 한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만한 스타급의 선수들이 즐비하다.

얼른 손꼽을 수 있는 스타들만 해도 섀킬 오닐.닉 밴 엑셀.에디 존스.코비 브라이언트 등. 이들은 매년 1천만달러 (약 1백20여억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이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명성을 쌓아가고 있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결같다.

'마이클 조던을 극복하는 선수' 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해마다 어김없이 '조던의 후계자' 니 '제2의 조던' 이니 불리는 선수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렇게 불리기 시작한 선수들은 거의 예외없이 슬럼프에 빠지곤 한다.

그랜트 힐.하더웨이.브라이언트 같은 선수들이 좋은 예다.

특히 지난해 이맘때 '조던 뒤이을 농구 황태자' 로 불리면서 NBA 올스타전에서 조던과 맞대결을 펼쳤던 브라이언트는 그야말로 '꼬리 내린 개' 의 형상이었다.

경기를 끝내고 코트를 떠나던 조던은 19세의 후배를 한쪽 구석으로 불러 이렇게 충고했다.

"주변의 기대에 지나친 부담을 느끼면 몸이 굳어진다네. 자넨 똑똑하니까 잘 극복해 내겠지. " 이같은 현상을 전문가들은 기량으로나 기록으로나 조던을 뛰어넘을 선수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로 대신한다.

NBA에 있어서 조던의 존재는 워낙 '거대한 벽'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 앞에 선 어떤 선수도 스스로 왜소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설혹 기량이나 기록으로 조던을 능가하는 선수가 나온다 해도 그가 거둔 성공과 명성을 빼앗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대개 회의적인 시각이다 .

'조던 없는 NBA' 가 얼마나 '맹물' 인지는 그가 은퇴한 후 치러진 93~94시즌 때 여실히 나타난 바 있다.

전세계의 NBA관련 산업은 그 판매량이 최고 20%까지 떨어졌고, 각국 스포츠 채널의 시청률은 최고 30%까지 급락한 것이다.

물론 95년 조던이 복귀한 다음 NBA의 인기는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NBA에서 그만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던이 은퇴를 선언했다 해서 미국이 온통 떠들썩하다.

그렇지 않아도 노사간의 티격태격으로 팬들이 시들해져 있는 터에 조던마저 은퇴하고 나면 코트가 썰렁해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금이 은퇴의 적기 (適期) 일는지도 모른다.

내리막길의 은퇴는 '조던의 신화 (神話)' 를 퇴색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