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핵심 전자부품 ‘MLCC’기술 세계 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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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최근 개발한 가로 0.6㎜, 세로 0.3㎜, 두께 0.3㎜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이 제품은 크기가 쌀알의 25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일반 와인잔에 가득 채우면 1억5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삼성전기는 올 4월 세계 최초로 ‘0603 규격’(가로 0.6㎜ 세로 0.3㎜ 두께 0.3㎜)의 1㎌(마이크로패럿:100만분의 1 패럿)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선보였다. MLCC는 휴대전화에 200여 개, LCD TV에 700여 개가 부품으로 들어가는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해당제품이 필요로 하는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MLCC는 반도체 능동소자 부문에서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삼성전기가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제품보다 용량이 10배나 되고 부피도 80% 가량 줄었다. 이 제품은 크기가 쌀알의 25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일반 와인잔에 가득 채우면 1억5000만원짜리 고급 외제 승용차만큼의 가치를 갖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삼성전기는 “이번 제품 개발로 ‘0603 규격’의 극소형 초고용량 MLCC부문에서 해외 경쟁사보다 1년 이상 기술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MLCC 전체 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6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초소형 MLCC는 휴대전화 등 각종 무선 제품의 수요에 힘입어 연평균 20%대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0603 규격’ 이하의 극소형 MLCC 생산능력을 세 배까지 확대해 대용량 MLCC의 기술력을 소형 MLCC 부문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80년대 후반에 MLCC 사업을 시작했다. 선진국 기업에 비해 뒤늦은 출발을 했지만 삼성전기는 기술 경쟁력 확보,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고사양 MLCC를 경쟁사보다 1년 이상 먼저 개발해 세계 MLCC 시장에서 ‘빅 3’에 진입하게 됐다.

삼성전기는 첨단 제품 덕에 세계 경제 불황, 지속적인 판가 인하 등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 2분기 매출이 1조3163억원, 영업이익은 1289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전문가들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 MLCC·인쇄회로기판 등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급망관리(SCM)를 통한 스피드와 효율 제고로 회사의 체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 경쟁력 강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SCM은 고객부터 협력사까지 전체 공급체계를 물 흐르듯 연결,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하도록 해주는 전사적 혁신 활동으로 삼성전기는 올해 초부터 본격 추진해왔다.

삼성전기 박종우 사장은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해 온 창조 경영의 성과물이 최근 회사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가 더욱 고도화되는 데 회사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73년 설립된 삼성전기는 인쇄회로기판, MLCC, 카메라모듈, 무선통신부품, 전원공급장치, IC 솔루션 등 핵심 전자 부품을 생산하며 세계 6위 종합부품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삼성전기를 제외하면 세계 10대 전자부품회사 모두가 일본계 회사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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