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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기 벌써 바닥쳤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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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회복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들이 연초 들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 제출한 내부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당초 예상 1%에서 3.2%까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성장률은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예상성장률 2%나 국제통화기금 (IMF) 의 마이너스 1%보다 훨씬 높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은은 "지난해 말에 이미 경기가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며 지난해 9월 이후 반도체.조선.자동차 등의 생산호조가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올해는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진 재고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전산업에 걸쳐 생산급증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근거를 밝혔다.

재정경제부도 이달 하순 열리는 IMF와의 올 1분기 정책협의에서 올 경제성장률 등 거시지표를 전면 재조정할 방침이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시화 등 대내외 여건의 호전을 감안해 올해 성장률을 2~3% 안팎으로 상향조정하는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고 한다.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국제펀드매니저들이 꼽은 올해 3대 유망시장의 하나에 한국이 꼽혔다는 뉴스도 전해진다.

구조조정이 생각보다 잘 되고 있고, 상장기업들의 기본실력에 비해 주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국내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크게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기가 바닥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에는 불확실한 요인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금융구조조정은 내실화가 더 문제고, 실질적 기업구조조정은 올해부터가 시작이다.

빅딜 등 구조조정으로 실업사태는 올해가 더 심각할 전망이다.

따라서 한편으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거시경제정책의 적극적이고 신중한 운영을 통해 경제회복노력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회복이 급하다고 생산보다 소비분야, 제조업보다 건설과 부동산경기 자극에 치중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거품과 경제체질 악화를 결과할 위험성이 높다.

실질소득의 감소와 대기업의 구조조정 본격화로 소비.투자심리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고 대내외 경제여건의 잠재적 불안요인 또한 만만치 않다.

회복과정에서 돈이 너무 풀리면 중장기적으로 물가를 자극하고 과열을 부추길 우려도 적지 않다.

한은은 올 성장률 전망 상향조정과 함께 이를 경고하고 있고, 재경부 또한 무리한 경기부양보다는 성장잠재력을 회복하는 쪽으로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과 경기진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정부는 이같은 기본제약을 염두에 두고 인위적인 부양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설비투자 확충 등 그 잠재력 확충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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