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자민련 신년인사회 (워커힐호텔)에 참석한 김종필 (金鍾泌) 총리는 내각제와 최근 여권의 단독처리로 빚어진 경색정국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金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국회를 보면서 가끔 상기하는 장면이 있다" 며 "가장 모범적인 의회로 꼽히는 영국 의회 얘기를 해보겠다" 고 화두를 꺼냈다.
金총리는 "빅토리아 여왕 당시 야당의 글래드스턴 총재는 총리가 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맞았으나 라이벌인 디스레일리 총리의 부인이 중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자 야당 의원들의 질문공세를 일절 중단시켜 총리가 귀가할 수 있도록 했다" 고 소개.
미국 남북전쟁 얘기가 이어졌다. 金총리는 "북군의 그랜트 장군은 패전 후 남군의 리 사령관이 '귀향해 목화를 재배하려면 북군이 빼앗아간 말이 사병에게는 꼭 필요하다' 고 하자 말을 모두 내주었다" 고 했다.
이어 金총리는 "우리 의사당은 그러나 인성 (人性) 을 상실한 대결의 장으로만 가고 있다" 며 "영국 의회의 수준을 우리는 왜 가질 수 없는 것이냐" 고 토로. 내각제 표본인 영국과 그 정치수준을 우리 현실에 은근히 빗댄 지적이었던 셈이다.
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