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순항 위협하는 3대 암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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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뉴욕 = 김동균 특파원]일단 순탄하게 출범한 유로화의 앞날을 위협할만한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월 스트리트 저널 (6일자) 은 이와 관련, 유로를 붕괴로까지 몰고갈 수 있는 몇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 특정국 실물경제가 파탄에 이를 경우 = 참여국들의 실물경제가 전혀 통합이 이뤄져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예컨대 실업이 가장 큰 문제다. 유럽에서는 언어와 문화장벽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게 쉽지 않다. 한 나라의 실물경제가 나빠진다 해도 마스트리히트 조약 혹은 유럽중앙은행 (ECB) 등의 통제 때문에 선뜻 부양조치를 내놓기 곤란할 것이다.

만약 다른 참여국들은 호황인데 아일랜드만 불황에 빠진다면 ECB가 아일랜드를 위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한다. 그러면 아일랜드는 국민적 압력에 못이겨 유로랜드에서 탈퇴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새 통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유로표시 채무나 예금의 교환비율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에 따라 유로의 신뢰성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 특정국에 금융위기가 닥칠 경우 = 만약 스페인의 은행들이 최대의 거래처인 남미의 경제위기로 막대한 손해를 본다면 ECU가 구제금융을 해줄 지 장담할 수 없다.

특정국 금융기관의 잘못을 다른 나라들이 함께 책임지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 환투기꾼들이 공격할 경우 = 유로와 11개 참여국 통화의 교환비율이 고정된 상태로 병행사용되는 2002년까지의 과도기를 틈타 환투기꾼들이 특정국의 통화를 집중공략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투기세력이 이탈리아의 리라로 독일의 마르크를 계속 사들인다면 이탈리아의 장기금리는 오르고,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은 높아져 신용경색이 초래될 수 있다.

이때 독일의 분데스방크가 인플레를 우려, 마르크화를 더이상 찍어내기를 거부한다면 유로화의 전면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걱정을 위한 걱정' 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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