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예술인의 요람 계원예대 - 1일 대학생 체험

중앙일보

입력

2010학년도 입시에서 수시 100%만으로 신입생을 뽑겠다고 선언한 학교가 있다. 바로 계원디자인예술대학이다. 윤지은(18·한강미디어고3)양이 ‘창의성 중심 교육’을 지향하는 계원예대 1일대학생이 돼 하루를 보냈다.


예술 ‘작가’를 키우는 학교
“안녕? 반가워.” 윤양을 반긴 것은 김봉섭(26·애니메이션학과 졸) 명예홍보대사. 김씨는 지난해 졸업을 했지만 학교에서 행정 및 입학관련 업무를 도우며 개인적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취직을 못해 학교에 남아서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백수’가 아닌가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씨는 자발적으로 취업 대신 고독한 예술가의 길을 택했다.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작품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기 때문. 김씨는 윤양에게 “비싼 등록금을 내고 플래시나 포토샵 같은 툴(Tool) 다루는 법만 배우는 여타 예술대학과 달리 우리학교는 학생들의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과 창의성을 끌어내 진정한 예술작가로 성장하게 도와준다”고 자랑했다.
 
깨어있는 생각으로 변화를 선도하는 열정 총장
김영기(68) 총장은 지난해 총장으로 취임해 학교 이름을 계원조형예술대학에서 계원디자인예술대학으로 바꾸고 학생 중심의 창의성 교육을 표방하며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다. 2010학년도 100% 수시 모집 입시전형안 역시 그의 작품.

윤양이 “계원예대 입시전형이 발표되고 난 후 지금까지 준비한 내신 성적이나 포트폴리오가 아무 쓸모가 없게 된 것 아니냐고 울상을 짓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성적은 조금 떨어져도 도전해 볼만하겠다며 반기는 학생도 있다”고 전하자 김 총장은 “반가운 얘기”라며 미소를 띠었다.

수시 100% 모집은 예술적 재능이 있는지, 예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예컨대 미술을 좋아한다면 이미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지만 그런 나를 어떻게 나타내고,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남과 다른 자기만의 특별함을 부각시켜야 한다.

김 총장은 “창의성은 성적순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과 예술은 차가운 두뇌가 아니라 열정과 기발함으로 가득 찬 가슴에서 나온다는 것. 그는 “창의성 교육이란 한 가지 질문에 여러 가지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라며 “학교 성적은 40점이라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우리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성적을 전혀 안 본다는 말로 오해해선 안 된다. 점수화된 성적보다 창의력과 발전가능성을 중시한다는 말이다.

화훼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는 윤양에게 김 총장은“겉보기만 화려한 꽃꽂이와 달리 화훼디자인은 꽃을 받는 사람, 꽃을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며 “훌륭한 화훼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소설이나 시·수필 같은 문학작품을 읽으며 인문학적 소양도 부지런히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끼를 온몸으로 발산하는 학생들
점심식사를 끝내고 김씨는 윤양을 데리고 본격적인 캠퍼스 투어를 시작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소재한 계원예대는 한 여름의 녹음 속에 둘러싸여 반짝반짝 빛이 났다.

캠퍼스 여기저기에 예술가의 꿈을 가진 학생들의 손때가 묻어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만 손꼽아 세봐도 수 백여 점. 학생들과 교수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이다. 본관 안에는 계원예대의 상징인 거북이 상이 있는데 이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작품이다. 건물 벽면과 사물함에 그려진 그래피티(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리는 그림)까지 둘러본 윤양은 “학교 전체가 갤러리 같다”며 감탄했다.

창작공방에서는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창작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부지런한 학생들을 만났다. 흙으로 장식품을 만들고 물레를 이용해 그릇을 만드는 학생들은 워크숍에 출품할 작품을 만드느라 분주해 보였다.

김씨는 “창작공방은 도자기 공예 수업이나 과제물을 할 때 사용되는 곳으로 계원예대 학생 모두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알려줬다. 신기해하는 윤양에게 김씨는 앞치마를 건네줬다. 서투른 솜씨지만 도자기 컵에 열심히 그림을 그린 윤양은 “진짜 예술가가된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설명]
계원예대 창작공방을 찾은 윤지은양이 김봉섭 명예홍보대사와 함께 도자기 컵에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 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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