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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유로화출범과 우리의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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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로화 출범은 브레턴우즈체제 이후 국제금융환경의 대변혁을 초래할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달러화에 필적하는 또 하나의 국제통화가 창출됨으로써 달러화의 중요성을 하락시켜 국제통화체제가 달러.유로로 양극화될 가능성이 크며 유로화는 경향적으로 안정적 강세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우세하다.

유로화 강세의 근거는 두가지다.

첫째, 유로화 지역의 기초경제여건이 비교적 양호하고 둘째, 유로화권역내 자본시장이 단일통화로 통합돼 유로화에 대한 수요의 꾸준한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99년중 유로화 지역은 지난해 하반기의 경기회복 국면이 이어지고 특히 경상수지면에서 2천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기록할 것인 반면 미국은 2천5백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로화의 출범이 계속 순조로울 경우 유럽연합 (EU) 경제의 활성화는 EU의 대외수입 수요를 증가시켜 세계교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일통화사용으로 인한 가격명료성 제고에 따라 경쟁이 격화될 것이므로 유럽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 제고과정을 거쳐 국제무대로 수출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유로화권역내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강화로 EU의 대외수입보다는 대외수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U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기업들의 대EU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역내교역비중이 큰 중화학공업 등의 경우, 환위험제거로 인해 역내교역으로 전환하는 정도가 더욱 증가함에 따라 이로 인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유럽계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로화의 강세는 한국의 EU에 대한 수출에 전반적인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되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유로화의 상대적 강세는 우리 기업의 대EU수출 및 유로화권역의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3시장에서 유리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로화권역 기업들은 자국내 시장에서 어느정도 전통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대EU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리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든 유로화가 전세계 무역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이고 유럽계 기업들과 교역시 유로화로의 결제요구가 증대될 것으로 보이므로 수출입결제통화중 유로화의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유럽지역으로부터의 단일통화권 형성에 따른 직접적 수출입증대 효과, 유럽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동유럽 및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출입결제시 유로화 사용 등 무역결제 때 직.간접적으로 유로화 사용비중이 증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로화 도입으로 EU기업들은 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배양된 힘을 바탕으로 현지 직접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므로 대한 (對韓) 직접투자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직접투자관련 법규 및 제도 제정 및 해석에 있어 투명성과 선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우리 중앙은행은 공적자산 통화구성에서 유로화의 보유비중을 상향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은 현재 외환보유액의 60%정도를 달러화로 가지고 있고 엔 및 마르크화로 각각 15%를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달러화로 약 40~50%정도, 유로화로 30~40%정도를 보유할 예정이라고 한다.

금융기관은 금융자산에서 유로화가 차지할 비중 등을 감안해 외화자산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유로화가 달러에 비해 경향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유로화표시 자산의 비중과 달러표시 채무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독일 연방은행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전세계 금융자산의 30~40%정도가 유로화로 통용될 것이며, 전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중 유로화 구성비는 수년안에 25~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국내기업 및 금융기관들도 필요한 경우 유로화표시 채권 발행으로 외자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로화권역의 낮은 이자율로 인해 채권발행시 가산금리가 유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시아개발은행 (ADB) 등 국제기구도 유로화 표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필리핀 정부는 약 5억달러 규모의 유로화 표시 채권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로화 출범이 실제로 유럽경제에 부활의 숨결을 불어넣어 21세기의 패권 (覇權) 을 미국과 양분하게 될 것인지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로화는 이미 성공적으로 출범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성공의 가능성이 실패의 가능성보다 더 크며, 이에 빨리 적응하는 것은 더 많은 이익을 향유하는 가장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종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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