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29호 사태]시민단체들 이례적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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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529호실 사태에 대해 시민.사회운동 단체가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정치.사회적 주요 이슈가 터지면 자신의 입장을 신속하고 분명하게 내던 과거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孫鳳淑)가 '국회는 민생.규제개혁법안 등을 먼저 처리하라' 는 논평을 한장 냈을 뿐이다.

대부분 단체들은 공식 성명.논평을 일절 내지 않고 있다.

'이례적인 신중함' 이 엿보인다.

이들 단체는 그 이유를 '정치권 정보수집이 사찰이냐 여부를 분명히 가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90년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사찰문건' 에서 사찰대상에 올랐던 참여연대 박원순 (朴元淳) 사무처장은 "언론 보도만으로는 사찰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 며 "이런 상황에서 여야간 인식차가 큰 극히 예민한 문제에 대해 어느 한 쪽을 편드는 듯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경실련도 안기부 사찰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실.국장 회의를 열었으나 통상적인 정보활동과 사찰활동에 대한 범위를 놓고 입장정리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계현 (高桂鉉) 시민입법위원회 국장은 "정치사찰과 불법난입을 모두 비판하는 양비론 (兩非論) 개진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조사작업을 더 하기로 했다" 고 설명했다.

민변 (民辯) 역시 사안의 중대성은 인식하면서도 공식반응을 자제했다.

시민.사회운동 단체의 영향력있는 한 간부는 "개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해 왔으나 이번 사건이 워낙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어 사실 곤혹스럽다" 고 심정을 토로했다.

다만 7일 발족할 6개 시민단체의 '시민진상조사위' 가 향후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안기부.여야간 희비가 엇갈릴 것은 틀림없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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