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시장 대격변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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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포드의 BMW.혼다 인수 협상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독일 다임러벤츠의 미 크라이슬러 인수에 이어 이번 협상이 성사되면 또하나의 초대형 다국적 자동차 회사가 탄생하게 돼 세계 자동차 산업은 말그대로 국경없는 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만성적 공급과잉에 시달려온 세계 자동차 업체는 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막대한 기술개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M&A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조업 분야에서 최대 M&A가 될 것으로 보이는 포드의 이번 인수는 미국외 시장에 대한 공략 강화와 기술 개발의 효율성 제고를 노린 것으로 평가된다.

포드는 유럽의 BMW를 선택,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석권할 것으로 예상됐던 유럽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하는 한편 고급차 분야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혼다를 인수함으로써 10년내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늘이겠다는 계획도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지난해부터 본격 감량생산에 들어간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공격적인 M&A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업체들도 사정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너럴 모터스 (GM). 르노.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이 일본 업체들을 상대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번 인수 협상 대상에는 2개사외에 자동차 관련 컴퓨터 업체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첨단 자동차 개발 경쟁에서도 포드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단계에서 포드의 고민은 막대한 인수 비용을 어떤 식으로 조달하느냐는 점이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포드가 지난해말 기아 자동차의 주식 9.04%와 금융부문 자회사를 매각한 것이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인수 협상은 지난1일부터 회장직을 맡은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 (42) 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해11월 "자동차 업계의 모든 업체들이 다른 업체들과 인수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1년간 매우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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