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데뷔한날]단숨에 기준선 돌파…강세 이어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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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럽 단일통화 유로가 4일 국제무대 데뷔에서 유로당 1.18달러선과 1백34엔대를 기록하자 국제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달러에 이은 제2 기축통화로서 벌써 입지를 다진 것 같다" 는 성급한 평가를 내놓았다.

◇일본 = 일본내 기관투자가들은 이날 "미국에 버금가는 대 (大) 경제권을 배경으로 한 통화" 라는 기대감을 표시하며 유로화 매입에 나섰다.

그동안 달러화 표시 금융자산에 집중 투자해온 이들은 앞으로 투자한 금융자산중 30%이상을 유로화로 돌릴 움직임이어서 당분간 유로화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럽랜드 11개국중 경제력이 처지는 나라에서 인플레나 재정적자 확대등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며 경계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본정부 관리들은 유로출범으로 인해 일본의 숙원인 엔화의 국제화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유럽 = 금융전문가들은 이날 유로가 도쿄.홍콩등 아시아 시장에서 유로당 1.17달러를 상회하느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쉽게 이 선을 뚫는 것을 보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표정들이었다.

기대는 유로가 기축통화로 부상했다는 점이고, 우려는 유로화 가치상승에 따른 유럽의 수출감소를 지레 걱정하기 때문.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유로의 완전한 정착여부는 4일 거래물에 대한 실제 대금결제가 이루어지는 6~7일께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파리바은행은 좌파일색의 유럽 정치권이 경기부양을 내세우며 유럽중앙은행 (ECB)에 금리인하 압력을 강화할 경우 유로약세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 홍콩내 외환딜러들은 개장초 유로화가 EU집행위가 정한 환율보다 높은 선으로 출발하자 "예상했던 강세" 라며 즐거워했다.

뱅커스 트러스트은행의 마티니 루드비치 외환담당 조사원은 "올 하반기 들어 아시아 각국의 유로화 보유 수요가 늘어날 경우 유로화 강세는 올해 내내 이어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은행 홍콩지점의 한규태 (韓圭泰) 차장도 "유로화 강세는 이곳 외환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 이라고 말하고 "유로당 1.21달러까지 갈 것" 으로 내다봤다.

◇기타 = 미 CNN방송은 유로의 출범은 달러화에 대해 적절한 견제가 되는 동시에 동아시아 각국이 경제통합에 대한 교훈을 배우게 된다는 점에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3일 보도했다.

파리. 도쿄. 홍콩 = 배명복. 이철호. 진세근 특파원,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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