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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신춘 중앙문예 평론부분]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사상최대 응모편수를 기록한 99년도 신춘중앙문예. 장르 특성상 대중적인 참여가 쉽지 않은 평론분야에서도 무려 60편의 작품이 응모되는 기록이 나왔다.

두 심사위원이 숙고 끝에 낙점을 찍은 것은 윤대녕의 소설세계를 비평적 담론으로 재구성한, 김남석의 '여자들이 스러지는 자리' .원고지 70여장 분량의 평론당선작 전문은 2월 20일 발간예정인 '문예중앙' 봄호에 싣는다.

1999년도 신춘 중앙문예 평론부문에는 예년의 두 배가 넘는 작품들이 응모했다.

세기말 문화 담론의 전환기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문학에 대한 자기 인식적 논의가 이렇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응모작들은 그 성격이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문학 연구의 아카데미즘을 저널리즘적 문단 비평의 요구에 설익은 방법으로 적용하고자 한 것들이다.

이런 작품들은 대개가 대학원 기말 과제 정도의 무게를 지니고 있으며, 상당히 많은 주석도 붙어있다.

학구적인 진지성이 있지만, 문학평론이 요구하는 명료하고도 간절한 논의 과정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

둘째는 서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당대 문학에 적용하고 있는 의욕 과잉의 글들이다.

이러한 글들은 방법론 자체에 대한 이해의 수준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도 방법론의 과도한 무게와 대상 작품의 비중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두 번 훼손된 넋이 꿈꾸는 법' (심승현) , '바닷가의 장례, 그 설렘의 축제' (이성천) , '몸으로 말하기, 몸으로 관계맺기' (임현순) , '신화 열망과 불귀의 두려움 사이 : 고가도로의 세계에서' (홍기돈) , ' <양파> 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전병문) , '산호편,끝없이 황홀한 백금의 수사' (김성수) , '여자들이 스러지는 자리' (김남석) 등이 본심에 올려졌다.

응모작 가운데에서 비평적 논의의 대상이 되는 작품에 대해 제기하고 있는 문체의 새로움에 주목하여 가려낸 것들이다.

이 가운데에서 심승현.전병문.김남석씨의 글이 최종 선택의 자리에 남았다.

다른 작품들은 비슷한 논의들이 여러 가지 담론의 형태로 이미 기성의 평단에 제출되어 있다든지, 글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를 깊이 있게 추론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든지, 방법론에만 집착하고 있다든지 하는 약점들이 지적되었다.

전병문씨의 글은 김소진의 소설 '양파' 의 내면구조를 분석적으로 읽어가면서 작가의 심적 구조를 사회계층과 구조의 양상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논리 구성이 도식적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심승현씨는 오정희 소설의 욕망 구조를 라캉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있다.

방법 적용에 무리가 없으며 문장에도 윤기가 살아있지만, 작품의 심미적인 가치를 해명하는 데에까지 논의를 끌어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심승현씨의 경우는 김남석씨의 글과 몇 차례나 비교하며 논의했지만 당선작이 되지 못했다.

김남석씨의 '여자들이 스러지는 자리 - 윤대녕론' 을 당선작으로 결정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이 글이 당대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의 소산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소설을 읽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지식으로 과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윤대녕의 여러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 있는 소설적 모티브를 분석하고 이를 해석해내는 비평적 안목이 돋보인다.

난삽한 번역투의 문장들이 판을 치고 있는 평단의 현실을 놓고 본다면, 이 글에서 신인답지 않게 비평적 문장을 안정되게 담론화하고 있다는 점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새로운 시대의 문학을 위해 패기 있는 비평가로 성장해주길 바란다.

<심사위원 홍기삼.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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