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국내 시민운동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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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권력이 이끄는 대로 일반 시민은 끌려만 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시민들 스스로의 자각 속에 각자의 권리찾기가 꽃을 피우고 자발적.적극적 참여를 통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시민권력의 시대'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수도권 북부지역의 수해복구는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낸 한편의 드라마였다.

최고 6백㎜가 넘는 집중호우가 보름이상 계속된 78년만의 대홍수로 5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 복구에만 서너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중1 여학생부터 칠순 넘은 할아버지까지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복구 자원봉사 활동에 참가, 이재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됐고 복구기간도 열흘로 단축됐다.

방송사들의 자동응답시스템 (ARS) 을 통한 수재의연금 모금도 '개미군단' 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1천원짜리 익명의 손길이 모인 총액이 무려 80여억원. 이같은 시민의 조그마한 힘은 시민단체로 결집되면서 큰 힘으로 바뀌기도 한다.

지난해 시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상대로 한 주요 시민단체의 활약상에서 충분히 그 단초를 엿볼 수 있다.

국회공전 관련 국회의원 2백83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및 세비 가압류소송 (7월) , 불법선거 관련 1백만원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은 의원 5명에 대해 입법행위 무효확인 청구소송 (9월) 등 경실련의 잇따른 '국회와의 전쟁 선포' 가 그 대표적 예. 환경운동연합도 정기국회를 앞두고 동강댐 관련 대책 등 5개 환경분야 정책대안서를 해당 상임위에 제출한 뒤 입법과정을 매일 모니터링하는 등 지속적 감시활동을 펼쳐 의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지난해 2월 총리 행정조정실이 대통령직인수위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시민단체는 9천4백여개. 인권.여성.노동 등 사회관련 단체가 2천8백여개로 가장 많고 복지.자원봉사 관련 단체도 1천7백여개에 이른다.

또 5천5백여개의 지부가 전국 곳곳에서 풀뿌리 민심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분야는 경제 및 언론분야 단체들. 참여연대와 경실련으로 대표되는 경제단체들은 최근 1~2년새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1천5백여개를 넘어섰다.

언론분야에서도 38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언론개혁 시민연대' 가 지난 8월 출범, 언론개혁을 위한 시민감시의 기치를 높이 세웠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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