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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전 장관→김덕룡 대통령 특보→홍양호 차관→현인택 장관으로 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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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오른쪽)가 22일 오전 북한 조문단과 조찬을 하기 위해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통민봉관(通民封官·민간과 대화하고 정부를 따돌림)’에서 ‘선민후관(先民後官·민간과 대화한 뒤 정부와 소통)’으로.

북한 특사조문단의 태도가 달라졌다. ‘민간’에서 ‘당국’으로 초점 변화가 분명하다. 서울에 온 뒤 한 네 번의 식사를 통해서였다.

북한 조문단은 21일 오후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도착한 뒤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당일 저녁 이후 네 끼 식사를 모두 호텔에서 해결했다. 북측이 달거나 느끼한 맛을 싫어해 한·중·일식을 번갈아 냈고, 회를 좋아해 일식 주방장이 24시간 대기했다.

첫날 만찬은 오후 7시50분쯤 호텔 2층 만찬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 함께했다. 임동원·정세현·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 백낙청 시민평화포럼 고문 등이었다. 메뉴는 임 전 장관이 즐기는 중식.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등 통일부 인사도 있었지만 주류는 조문단과 ‘민간 올드보이(옛 친구)’의 만남이었다. 그래서 만찬에서는 남북한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덕담’이 주로 오갔다. 앞서 북측은 조문단 파견 의사와 일정을 ‘김대중 평화센터’에 전달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합의했다. ‘통민봉관’이란 말이 나온 배경이다.

식사 성격은 22일 조찬 때 약간 변했다. 조찬에는 임동원·정세현·정동영·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쪽 인사가 많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 중요 당국자급 인물이 한 명 참석했다.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 상임의장이다. 김 의장은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도 맡고 있다. 청와대에 직접 의사 전달이 가능한 위치다. 이 자리에서 조문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대통령을 직접 만나 (남북 관계 현안에 대한) 의도와 진정성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고 이는 김 특보를 통해 즉각 청와대 측에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민간 참석자’들은 당국 간 대화가 잘돼야 한다며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많이 했다고 한 참석 인사는 전했다.

식사 성격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오전 10시20분부터 1시간20분가량 북한 조문단과 면담한 뒤 완전히 ‘관 위주’로 바뀌었다. 오후 1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2층 만찬장에서 열린 홍양호 통일부 차관 주최 오찬에는 북한 조문단과 통일부 관계자들만 모였다. 장관보다 한 단계만 낮을 뿐인 고위급 당국자 오찬이었다. 북한 쪽에서는 조문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네 명이 참석했다. 오찬 자리는 경찰과 경호 인력 30여 명이 철저히 통제했다. 만찬장 맞은편에서는 결혼식이, 바로 옆방에서는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었다.

22일 오후 7시에 시작된 만찬은 ‘최고위급 당국 대화’로 격상됐다. 남한의 현인택 장관과 북에서 부총리급인 김 비서를 중심으로 남북 당국자 8명만 참석했다. 메뉴는 전날과 같은 중식 코스요리였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첫날엔 민간인 식탁이었던 자리가 세 끼 만에 당국자 식탁이 된 것이다. 북한 조문단의 ‘식탁 외교’는 ‘선민후관’이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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