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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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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 02면

국내에서 영화나 가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만드는 사람들의 궁극의 꿈은 미국 시장 진출입니다. 할리우드 극장가나 빌보드 차트를 한번 휩쓸고 싶은 것이죠. 그런데 미국 시장,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정신적 즐거움을 주는 문화상품을 파는 것은 TV나 자동차를 파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올봄에 미국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의 스튜어트 텐저 부사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니퍼 로페즈, 엘리샤 키스, 러셀 크로, 에미넴과 한국인으로 비, 김윤진, 이나영 등을 거느린 메이저 기획사죠. 그에게 방법을 묻자 그는 대뜸 야구 얘기를 꺼냈습니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정말 멋진 경기를 펼쳤다. 비록 일본에 아깝게 져 준우승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미국인에게 코리아라는 이름을 깊게 각인시켰다.”

그는 이게 기회라고 했습니다. 아직 많은 미국인이 ‘KOREA’를 잘 모르는 현실에서, 이렇게 이름이 알려질 때 파고들어야 한다는 조언이었죠.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양용은(37·사진) 선수의 쾌거는 그래서 문화산업계로서는 천군만마 같은 지원군입니다. 당장 미국 땅에서 ‘무명 가수’로서 더운 땀을 흘리고 있는 원더걸스나 보아에게 엄청난 격려와 힘이 됐을 것이고요. 미국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전지현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렇게 한국을,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미국인이 늘어나면 경기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겁니다. 기왕 영화를 본다면, 음악을 듣는다면, 여행을 한다면 한국을, 한국 것을 고를 사람도 점점 많아지겠죠. 국가브랜드가 높아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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