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뱀·개구리 못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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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대상인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위로부터 시라소니.흑비둘기.자라. [최기순(사진작가).뉴시스.녹색연합 제공]

내년부터는 똑같은 반달가슴곰이라도 야생곰이냐, 사육곰이냐에 따라 처지가 하늘과 땅처럼 달라질 전망이다. 내년 2월부터 열살 이상의 사육곰에 대해선 도살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10일 '야생 동식물보호법'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년 2월 10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냥 동식물보호가 아니라 야생성이 있는 동식물만 골라 보호의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법이 발효되면 지리산 등 야생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철저히 보호된다. 곰을 잡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단순히 먹기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농가에서 기르는 곰에 대해선 웅담.발바닥 채취 등을 위해 생후 10년이 지나면 도살을 합법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1981~85년 수입된 사육곰의 새끼에 한해 생후 24년이 지나야 도살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1000마리 이상의 곰이 사육되고 있으며 이 법이 시행되면 한꺼번에 도살될 수 있어 동물보호단체들의 비난이 예상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년 사료비만 100만~200만원을 쓰고 있는 곰 사육 농가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반영, 도살 요건을 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뱀과 개구리에 대한 보호도 강화돼 국내에 서식하는 파충류.양서류 43종 전체가 포획 금지대상이 된다. 6개월 후에는 '땅꾼'이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셈이다. 뱀과 개구리를 잡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증식하거나 일부 수입된 살모사.참개구리 등은 판매가 허용돼 뱀탕집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또 야생 포유류.조류 95종을 먹는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할 방침이지만 이 역시 인공 증식은 예외로 했다. 특히 뱀탕이나 야생동물 고기를 먹다가 단속반에 적발돼도 '인공증식 증명서'나 시.군별 수렵장에서 허가를 받고 포획했다는 '수렵동물 증명서'만 제시하면 문제가 없다.

한편 환경부는 현재 194종인 멸종위기 야생동식물과 보호종 가운데 13종을 제외하고 48종을 추가해 모두 229종의 야생 동식물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50종과 2급 179종으로 재분류했다.

1급엔 시라소니.얼룩새코미꾸리.남방방게.칼세오리옆새우 등이, 2급에는 가시연꽃.토끼박쥐.자라.흑비둘기.왕사슴벌레.참달팽이 등이 포함됐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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