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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선정 국내 10대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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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대중 대통령 취임 …정권교체

2월 25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국민의 정부' 가 출범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취임 첫해의 국정목표는 IMF위기 극복에 모아졌다.

재벌.금융개혁 등 전 분야에서 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쳤다.

정치민주화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론' 으로 국민들을 개혁에 동참케 했으며, 환란 (患亂) 극복의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관계 변화를 주도했고 미국.일본.중국 등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새로운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치쪽의 불안정은 부담으로 남았다.

야당의원 영입은 대결정치를 낳았고, 사정 (司正) 과 제2건국운동은 정치 쟁점화됐다.

DJP 공동정권 내부의 조율부족은 정책의 추진력을 떨어뜨렸다.

실업 또한 경제개혁의 그림자였다.

▶소떼 타고 금강호 타고…남풍 北上

분단 반세기만에 북한의 문이 빠끔히 열렸다.

지난달 18일 첫 배를 시작으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까지 금강.봉래호 두척이 20여차례 동해항과 장전항을 오가며 7천여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다녀왔다.

내년 봄에는 외국인의 관광도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현대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이 지난 6월과 10월 두차례 방북했고 남한 인사로는 처음으로 김정일 (金正日) 노동당 총비서를 만나기도 했다.

鄭회장은 방북길에 소 1천1마리를 트럭으로 북한에 제공, 충남 서산에서 판문점으로 이어지는 '한국판 카우보이' 의 '소떼몰이 방북' 의 장관을 연출했다.

현대는 금강산에 호텔.골프장이 망라된 종합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으로 빗장풀린 금단의 벽, 내년 봄엔 훈훈한 남풍을 실어보낼 수 있을까.

▶IMF 서러운 그늘 실업大亂

IMF의 또다른 이름은 '실업' 이었다.

기업 부도가 속출하고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몰아쳤다.

실업률이 2%대에서 7%대로 치솟았고, 통계상의 공식 실업자가 사상 최고 수준인 1백50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아예 취직을 포기한 사람 등을 포함한 잠재실업자는 2백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대졸 고학력의 젊은층 취업난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정부는 실업자수를 줄이기 위해 임시.일용직을 늘리다 보니 효율적이고 일관된 실업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해 노동계의 반발도 계속됐다.

안타깝게도 실업자는 내년에도 계속 늘어날 전망. 이에 따라 내년 봄 대대적인 노사분규.실업 시위가 우려된다.

▶숨찬 빅딜 행진…아직은 미완성

국내 산업계의 중복.과잉투자 문제점 해소를 위한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이 시장경제 침해 논란을 빚으면서 올 한해 숨가쁘게 진행됐다.

지난 7월 정부와 재계는 머리를 맞댄 끝에 현대.삼성.대우.LG.SK 등 5대 그룹의 자율적인 빅딜 합의를 도출했다.

이들 그룹은 7개 중복투자 업종에 대해 빅딜을 추진, 일부는 연내 단일법인을 설립키로 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특히 연말에 터진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맞교환은 빅딜의 대미 (大尾) 를 장식했다.

그러나 빅딜 프로그램은 미완성의 상태로 올해를 넘겨야 할 것 같다.

하이라이트격인 현대전자 - LG반도체간의 반도체 사업교환은 난제가 첩첩해 '완성작' 은 내년초에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맨발의 박세리'세계가 놀랐다

LPGA챔피언십에 이은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의 우승은 IMF로 어깨가 축 처진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쾌거였다.

특히 연못 옆의 러프에 간신히 얹혀진 공을 포기하지 않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 쳐낸 뒤 끝내 우승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 올해 첫 진출한 박세리는 이들 메이저대회 이외에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자이언트 이글 클래식도 석권했다.

특히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에서는 61타 (2라운드) 로 LPGA 18홀 최소타수 신기록을 수립했다.

상금도 87만2천1백70달러에 신인상까지 수상, 그린 위에 박세리 돌풍을 일으키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박세리는 이같은 공로로 체육훈장을 받았다.

▶北-稅-銃 '風風風'…국회는 파행

올해 정국은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연초 북풍 (北風) 논란에 이어 '세풍 (稅風)' '총풍 (銃風)' 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이들 사건은 지난해 대선이 남긴 어두운 그림자. 판문점에서 총격을 요청했다는 총풍은 고문 조작의혹까지 제기되며 더 꼬였다.

이들 거센 바람과 함께 정치인 사정이 계속되며 정치권은 줄곧 긴장했고, 여야 관계는 가파른 대치의 연속이었다.

이로 인해 국회는 '닫으면 식물' '열면 무능' 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해야할 일을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李會昌) 죽이기' 로 규정, 장외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세풍은 李총재의 동생 회성 (會晟) 씨 구속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그 여파는 99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햇볕'가린 北잠수정 침투소동

올해는 유난히 북한의 바다를 통한 침투.도발이 잇따르면서 국민의 정부가 내세운 '햇볕정책' 이 도마 위에 올랐다.

6월 22일 강원도속초시 동쪽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 1척이 우리 어선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발견됐다.

예인된 잠수정에서는 북한 무장간첩 시체 9구가 발견됐다.

7월에도 무장간첩이 경계망을 뚫고 침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구멍뚫린 방위망에 국민 불신이 증폭되면서 야전지휘관 3명이 경질됐다.

11월에는 강화도 앞바다에서 괴선박이 포착됐으나 짙은 안개를 틈타 북으로 도망쳤다.

다행히 지난 18일 남해안에 침투한 북한의 반잠수정은 철통같은 군의 경계망에 걸려 거제도 남쪽 1백㎞해상까지 달아나다 격침됐다.

▶게릴라 폭우로 336명 사망.실정

7월말 지리산에서 시작한 '게릴라 폭우' 는 강화도.경기북부.충청.경북지역을 돌아다니며 시간당 1백㎜의 장대비를 퍼부어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전례없는 최악의 물난리로 사망.실종자가 3백36명, 재산피해도 1조5천억원이 넘었다.

자꾸 빗나가는 호우예보와 뒷북 수습대책만 내놓는 부실한 국가재난 관리체제로 피해가 더 컸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리산.송추유원지 등 공원지역에서 발생해 유원지 안전관리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9월말에는 태풍 얘니가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긁었다.

그러나 IMF 상황에서도 이웃돕기의 뜨거운 정성이 모여 모두 6백65억원의 수재 의연금이 모였다.

▶김정일 '권력승계'…인공위성 파문

김일성 (金日成) 이 사망한 후 4년 동안 계속됐던 '유훈 (遺訓) 통치' 가 마감되고 김정일 (金正日) 이 권력의 중심부에 공식 자리잡았다.

지난 9월 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0기 회의는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추인하는 행사였다.

김정일은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 김일성의 직함이었던 국가주석제를 없애고 대신 북한체제를 사실상 관장하는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됐다.

이는 부족한 카리스마를 군사통치로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일체제 출범과 함께 북한은 '강성 (强盛) 대국' 을 내세웠다.

인공위성 논란을 빚은 로켓발사는 이같은 체제전환의 신호탄. 여기에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은 북.미 제네바 합의이행 논쟁을 낳았고, 한반도 긴장요소로 재등장했다.

▶50년만에 일본대중문화 상륙

광복 이후 50년간 닫혀 있던 일본 대중문화의 빗장이 풀렸다.

문화관광부는 10월 20일 출판만화와 3대 해외영화제 수상작 등에 대해 '즉각'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가요.애니메이션.방송 등은 충격 흡수를 위해 당분간 유보대상으로 지정됐다.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찮았지만 한.일 관계의 점진적 개선, 문화적 다양성이 갖는 긍정적 효과론에 밀렸다.

음성적으로 나도는 불법물을 양성화한다는 측면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개방조치 이후 첫 일본영화로 극장에 걸린 '하나비' 와 '카게무샤' 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이후 '일본영화 별 것 아니네' 라는 과소평가의 분위기까지 생겼지만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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