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힙합'표방 신인그룹 원타임.샤프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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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우리 가요계에서 힙합은 하나의 '이데올로기' 다.

겉으로는 누구나 힙합을 들먹인다.

H.O.T를 비롯한 주류 댄스가수들의 노래 상당수는 힙합이 바탕이다.

그러나 힙합은 어디까지나 노래의 바탕 (배경) 으로만 인기가 있다.

힙합 그 자체를 내세운 가수는 큰 인기를 얻기 힘들다.

정통 힙합그룹 업타운이 분전했지만 대중적 반향보다는 컬트적 인기쪽에 가까웠다.

힙합은 아직 국내에서 이방의 장르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화된 힙합' 을 들고나온 두 신인그룹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힙합의 뉴웨이브를 기대해 볼 만하다.

그룹이름과 동명의 타이틀곡을 발표한 4인조 '원타임' 과 '예스' 란 노래로 팬층을 넓혀가고있는 5인조 '샤프' 가 그들. 이들은 힙합의 한국화를 슬로건으로 하면서도 힙합 고유의 요소는 고수하겠다고 다짐하는 공통점이 있다.

원타임은 12월 들어 신인가수로는 가장 많은 음반판매고를 보이고있는 샛별. 타이틀곡 '원타임' 에서 들리는 그들의 힙합은 일단 밝다.

어둡고 무거운 미국식 힙합과 달리 친근하다.

도입부의 경쾌한 베이스음정, 네 멤버의 명랑한 하모니,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라인 덕이다.

또 그들의 힙합은 아기자기하다.

운율에 각별히 신경을 써 때로는 뻐기고 때로는 미끌대는 맛이 나는 랩 때문. 어떻게 들으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들려줬던 신나는 랩과도 유사하다.

아닌게 아니라 원타임은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였으며 지난 여름 솔로 힙합음반을 내기도했던 양현석이 제작한 그룹이다.

그가 1년8개월 걸려 내놓은 이 그룹의 방향은 '힙합의 정통성과 국내의 입맛을 함께 충족시키는 한국적 힙합가수' 였다.

이를 위해 미국교포 두명과 국내출신 두명이 각각 기용됐다.

교포측이 정통성 부분을, 나머지 두명이 국내 정서를 책임지는 구도다.

한편 샤프는 힙합에 펑키.디스코를 섞은 개성있는 음악과 화끈한 무대매너로 주목받고있다.

그들의 타이틀곡 '예스' 는 업타운과 디바가 우정출연한 뮤직비디오에서 보듯 정통 힙합에 바탕을 두면서 펑키팝적 요소를 섞어 무척이나 흥겹다.

샤프의 음악은 음반보다는 무대에서 감상해야 느낌이 온다.

수수한 외모의 여성멤버 이지혜.서지영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육감적인 공연을 펼치는데 그 흡인력은 상당한 수준. 샤프는 힙합그룹이면서도 디스코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있으며 샘플링송에도 관심이 높다.

'내게 남은 내겐 그대 하나' 는 연령을 초월해 누구나 몸을 흔들만한 디스코 댄스곡이며 리메이크팝 '언체인드 멜로디' 와 '새드 웨이' 는 효과적인 샘플링 사운드가 돋보인다.

샤프는 원타임보다 먼저 데뷔했지만 인기는 원타임이 앞서는 현상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리듬감이나 무대매너에서 샤프의 잠재력은 크다.

두 그룹의 선의의 경쟁이 한국 힙합의 뉴웨이브를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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