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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관광업도 외자유치 나서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세계 관광업계는 싱가포르를 '작은 거인' 이라고 부른다.

인구 3백만명의 도시국가가 지난 한햇동안 7백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관광객은 3백만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적극적인 관광투자 유치정책을 실시하면서 이같은 기적을 이룩한 것이다.

제주도보다 작은 면적에 볼거리라고는 인공시설물만 가득한 싱가포르의 매력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감동 외에 해상.항공 등 세계 교통의 요지로, 접근이 편리하고 훌륭한 컨벤션센터 등 다양한 인프라와 함께 싱가포르관광청 (STB).관광업계 등의 공동 마케팅 노력이 이뤄낸 결과다.

지난 9일 우리는 사상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4백만명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구제금융의 한파로 올해 내내 구조조정.대량실업 등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은 올 한햇동안 3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정부와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관광은 지금까지의 향락산업.소비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금의 어려운 국가경제를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엔 아직도 볼거리.즐길거리가 부족하다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충고하고 있다.

대규모 위락단지와 주제공원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에 대한 규제완화조치와 함께 외국 굴지의 회사가 한국관광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관광은 5~10년 앞을 내다보는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 없이는 경쟁에서 뒤지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지난 83년 개장한 도쿄 (東京) 디즈니랜드에 연간 1천7백만명이 입장해 연간 1천7백50억엔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이의 성공에 힘입어 2001년 개장을 목표로 제2디즈니인 도쿄디즈니시 (Sea) 의 완공을 서두르고 있다.

홍콩도 12억 인구의 중국을 겨냥해 디즈니사와 대형 주제공원 건설을 협의중이라고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도 외국인 투자촉진법에 따른 관광투자 유치정책이 최근 도입됐다.

관광호텔업.종합휴양업.국제회의시설 등에의 투자에 대해 각종 세금감면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같은 세제상 혜택만으로는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일례로 호텔신축시 35개 법 86개 조항이 적용된다고 한다.

관광산업 투자촉진을 위한 명쾌한 원스톱 안내서비스가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를 적극 유인할 수 있는 투자조건의 보장을 통해 국가는 세수 (稅收) 와 고용을 촉진하고 투자자에게는 일정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는 '윈윈시스템' 도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대 초입부터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한국방문의 해, 그리고 월드컵과 같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대형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볼거리.즐길거리가 없어 이웃 경쟁국들에 뒤처진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광업계는 앞으로 닥칠 새 천년에는 새로운 유목집단이 등장할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

'관광' 이라는 즐거움을 찾는 이동집단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관광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다양한 위락시설과 주제공원, 쾌적한 숙박시설, 청결한 관광지와 친절한 국민성이 하나가 되는 그 날 우리는 21세기 아시아의 새로운 관광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홍두표 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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