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비아·우즈벡 외국인들 IPTV에 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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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글로벌사업본부가 지난 7월 서울대학교 국제IT정책대학원(이하 ITPP·International IT Policy Program)에 재학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을 인턴으로 선발했다. 남미, 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기 위해서다.

2003년 개설된 ITPP는 지식경제부가 31개국 출신 62명의 정보통신분야 공무원을 선발, 교육을 지원해오고 있다. 세계 다양한 나라의 IT관련 정부부처 및 기관에서 근무하던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KT는 올해 올해 처음으로 외국인 인턴 5명을 뽑았다.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콜럼비아, 에티오피아 출신의 인턴들은 한달 여간 인턴 사원으로 일하며 자국의 통신 시장 환경, 사업 가능성을 조사하고 글로벌 IT사업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마련했다.

콜럼비아 출신으로 ITTP 박사 과정에 재학중인 에드윈 몬로이(Edwin Monroy·31·사진)씨는 인터넷 회선을 통한 양방향 서비스 TV인 IPTV에 특히 놀랐다.

콜럼비아에서 전자공학, 전자통신을 각각 학부와 석사에서 전공한 뒤 콜럼비아 통신연구센터에서 근무했던 그는 소위 'IT통'이었다. 그런 그도 한국의 IPTV가풍부한 콘텐트에다 이동통신, 인터넷 등 결합 상품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몬로이씨는 "콜럼비아에도 IPTV가 있지만 초고속 인터넷이 기반이 돼야 하기 때문에 대중화되어 있진 않다"며 "IPTV를 2~3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결합 상품을 통해 대중화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콜럼비아는 규제 문제로 IPTV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그는 "IPTV는 초고속 인터넷이 기반이 돼야 하는 만큼 초기부터 부유층을 타깃으로 서비스하면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콜럼비아의 인터넷 보급률은 아직 낮은 편이다. 그는 "인터넷 사용 인구는 전체의 40%로 그 중 초고속 인터넷 사용률은 5%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콜럼비아의 인터넷 사용료는 보통 한달에 30~40 달러 정도. 우리나라처럼 인터넷과 IPTV, 휴대 전화 등 3종 결합 상품이 있긴 하지만 대중화된 단계는 아니다. 결합 상품은 50달러 정도다.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그는 남미의 주요 10개국 통신 시장을 조사했다. KT가 향후 남미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연락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국립기술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ITPP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로브샨 무크럼바에프(Rovshan Mukhrumbaev·30·사진)씨 역시 IPTV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크럼바에프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수도(타슈켄트)에서만 IPTV가 서비스되고 있어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며 "한국 IPTV의 경우 교육 콘텐트가 풍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연습할 수 있는 콘텐트도 있어 유익했다"고 덧붙였다.

KT의 IPTV인 'QOOK TV'의 VOD상영관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함께나누기' 메뉴가 있다. 다문화 가정을 위해 베트남어, 중국어 등 다양한 외국어가 지원되고 있다. 무크럼바에프씨의 경우 'Tip for Korea' 메뉴에서 '러시아어'를 택해 한국의 법, 상식, 생활스타일 등 러시아자막으로 콘텐트를 즐길 수 있었다. 'Hi Seoul'에서는 주간문화소식이나 의학상식 등도 소개되고 있다. 'Fun&Life' 에서 '스크린 영어' 메뉴에서 한글과 영어 자막이 지원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25~30%정도. 무크럼바에프씨는 "현지에서 휴대 전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듯이 인터넷 사용 인구도 향후 1년 안에 수치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간 IT제휴가 늘어나면서 유학생도 부쩍 늘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도 한국의 IT 시장은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의 IT인들이 생각보다 훨씬 다방면으로 능력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몬로이씨는 "KT에는 스페인어 등 다양한 외국어실력을 갖춘 인력이 많다"며 "전문성에다 외국어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남미 중진국 등 아직 미개척 시장을 공략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무크럼바에프씨도 "회사측에서 직원들을 위해 필요한 모든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 같다. 인턴기간 동안 업무 환경에 매우 만족했다"며 "조직의 지원으로 능력있는 인재들이 커나갈 수 있는 것 같아 부러웠다"고 전했다.

한국에서의 조직 생활은 처음이라 문화간 차이도 느꼈다고 한다. 직장 내 호칭 문제가 그것이다.

몬로이씨는 "콜롬비아의 경우 동료들끼리 서로 이름을 부르는데 한국에서는 같은 급의 동기들끼리 호칭을 높이는 등 격식을 갖추는 것이 신기했다"고 전했다. 무크럼바에프씨도 "나에게는 유독 '박사님' 등 호칭을 많이 하더라. 내가 나이가 들어보여서 였는 지 모르겠다(웃음)"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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