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 ‘오자와 칠드런’ 돌풍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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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30일 치러지는 일본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사진) 민주당 대표대행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 발표된 민주당 총선출마자 명단에 오자와의 사람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의 세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런 현상은 오자와 대표대행에 비해 당내 기반이 약한 하토야마 대표가 총리에 오른 후 당내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오자와 대표대행은 민주당 내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올 초 비서의 불법 정치헌금 문제로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당 지도부의 위임을 받아 이번 공천작업을 주도했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에는 오자와계가 눈에 띄게 많다. 당내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명부를 ‘오자와 리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오자와 대표대행이 하토야마 대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등 극소수 핵심 당료와 협의를 거쳐 결정했지만 오자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명단에는 오자와의 최측근인 야마오카 겐지(山岡賢次) 국회대책위원장의 3남이 포함돼 있다. 야마오카는 3월 당시 대표직을 맡고 있었던 오자와가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을 때 그의 편에 섰다. 오자와의 전 비서는 물론 오자와가 영입한 자민당 출신 인사들도 비례대표 명단에 대거 포진돼 있다.

아사히신문 등 일 언론은 오자와가 이번 선거에서 ‘오자와 칠드런’을 대거 배출해 당내 인맥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05년 총선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83명의 ‘고이즈미 칠드런’을 얻어 강력한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한 민주당 신인 의원 38명으로 구성된 오자와 그룹은 현재 50명 정도로 늘어났다. 이번 총선을 통해 오자와 그룹은 100명 규모의 거대 집단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하토야마 대표 그룹은 30명 안팎이다. 오랜 세월 자민당을 지배해 온 다나카(田中)파의 계보를 잇는 오자와 그룹(오자와는 자민당 탈당해 민주당 합류)은 막강한 자금력과 결속력을 자랑한다. 느슨한 관계로 구성된 민주당의 다른 그룹과는 성격이 다르다.

◆유세 방식 바꿔버린 신종 플루=19일 일본 정부가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유행을 선언하면서 총선을 열흘 앞두고 유세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당은 그동안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을 중시해 왔지만 더 이상 이런 방식을 밀고 나가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대신 ‘눈빛으로 대화하기’ ‘장갑착용’ 등 유권자와 거리를 두면서도 정책홍보 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민당은 20일 후보자와 선거 운동원들의 건강관리와 유세현장에서의 예방대책을 철저히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선거사무실에 발송했다. 각 선거사무소와 선거유세 현장에는 소독약을 비치하도록 했다.

가나가와(神奈川)현 11구에 출마한 요코쿠메 가쓰히토(横粂勝仁) 민주당 후보는 지난 주말 신종 플루 감염이 확인돼 17일까지 집회에 불참했다. 18일부터 유세를 재개했지만 악수할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연설할 때는 유권자들에게 침이 튀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다. 나이가 많은 유권자들에게는 먼저 악수를 청하지 않고 대신 머리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고 눈을 더 오래 맞추는 후보들도 있다. 17일엔 에히메(愛媛)1구에서 출마한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전 관방장관의 운동원 1명이 고열을 호소하자 일시적으로 선거사무실을 폐쇄하기도 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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