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선정 98 새뚝이]1.경제/이헌재 금감위장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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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뚝이' 란 춤판 등에서 기존의 판을 깨고 새 판을 여는 이를 말한다.

각 분야에서 상황을 새롭게 전개하면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화운동가 백기완씨가 처음 찾아내서 쓰기 시작한 말이다.

경제분야 새뚝이의 면면들은 정권교체를 실감케 한다.

대통령의 참모진을 비롯해 금융계에 이르기까지 전에 없던 대규모 멤버 체인지가 일어났다.

정권교체뿐 아니라 IMF변수까지 더해져 낯익은 얼굴들이 물러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뚝이들의 대거 등장이 주목을 끈다.

'98 새뚝이' 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 = 피가 튀는 구조조정 현장을 총지휘해나가는 가장 끗발있는 자리인 동시에 제일 골치아픈 자리다.

자민련 추천케이스로 초장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난마 (亂麻) 를 풀어나가는 솜씨를 인정받아 최근 들어서는 명실공히 재벌개혁의 기관차 노릇을 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관계를 떠나 20년 가까이 유랑하다 고기가 물을 만난 셈이다.

그동안 부실은행 5곳을 퇴출시켰고 종금.증권.보험.리스사 등 수십곳을 연이어 정리했다.

한일 - 상업 등 대형은행 합병을 네건이나 이뤄냈다.

또 부실기업 55개를 1차 퇴출시킨데 이어 5대재벌에 계열사를 절반으로 줄이고 투명.건전경영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어차피 욕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인데, 소신껏 하기나 해야 할 것 아니냐" 며 서슴없이 배짱도 부린다.

처음에는 '금융감독시스템 구축 운운' 하며 점잖은 소리로 시작했으나, 막상 일이 꼬이자 결국은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개입에 나섰다.

재경부가 힘이 빠져 있는 형편이어서 사실상의 금융부 장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김정태 (金正泰) 주택은행장 = '증권회사 사장이 은행장으로' .그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金행장은 20여년간 증권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8월 하루아침에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증권가에서 쌓은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지난 80년 33세로 증권업계 최연소 이사가 된 후 18년간 임원을 지냈다.

97년에는 '무차입경영' 을 선언하고 증권업계 최초로 연봉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연초에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등 3명과 함께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가 뽑은 '아시아의 스타 50인' 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취임 당시 "은행이든 기업이든 이익을 많이 내 주가가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 이라고 강조했다.

월급 1원을 선언해 아이아코카 흉내를 낸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스톡옵션 계약으로 엄청난 재미를 이미 보고 있다.

평가치이지만 현재 20억원 정도를 벌어둔 상태

◇ 박용성 (朴容晟) OB맥주 회장 = '나한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 라는 '걸레론' 을 설파하며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해치워 벼랑의 두산그룹을 구출해 냈다.

朴회장이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에 시동을 건 것은 96년 초.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가 들어서기 한참 전부터 무슨 마음에선지 우량기업까지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3M.코닥.네슬레 지분을 과감히 매각했고 OB맥주 영등포공장과 코카콜라 사업도 처분했다.

올들어 내로라하는 대그룹들이 뻥뻥 나가떨어지는 와중에서도 두산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朴회장의 이러한 선견지명 덕이 컸다.

올들어서는 캐나다 시그램.벨기에 인터브루사로부터 총 3억6천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한데 이어 11개 계열사를 2개로 통폐합하면서 군살빼기를 가속화했다.

지난 95년 6백24%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올해 4백%선으로 낮아졌고 손익도 1천5백억원 적자에서 8백30억원 흑자로 올라선 것

◇ 장하성 (張夏成) 고려대 교수 = 요즈음 대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을 꼽으면 張교수도 앞줄에 끼인다.

지난해 1월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으면서 소액주주 운동의 불씨를 지피기 시작하면서 졸지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가 지난해 한보 부실대출로 제일은행측에 소액주주를 대표해 임원 해임과 여신심사위원회 도입 등을 요구하고 나섰을 때만 해도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는 반응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전직이사 4명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 결국 4백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 장종현 (張鍾賢) 부즈 앨런 앤드 해밀턴 한국담당 사장 = 구조조정이라는 특수 속에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컨설팅 회사의 선두주자다.

정부직제를 포함, 굵직한 조직개편에 깊이 간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지난 97년10월 '재경원을 해체하라' 는 표제와 함께 나온 부즈 앨런 보고서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조목조목 분석했던 것이 환란 (換亂) 과 맞아떨어지면서 여기저기서 귀빈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자문위원.기업구조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으며 현재 부즈 앨런측이 맡고 있는 국내 시중은행.대기업 중 4개사에 대한 구조조정 책임자로 눈코뜰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지영천 (38) YTC사장 = 손가락 두어개만한 30g짜리 전화기 '마이폰' (일명 사오정전화기) 으로 일약 올해의 벤처기업인으로 떠올랐다.

약대를 나와 약국까지 차렸으나 적성에 맞지 않자 정보통신 분야에 뛰어든 지 꼭 8년만의 성공이다.

한때 학교정보화용 멀티미디어 장비를 납품하기도 했던 그는 IMF 한파로 직격탄을 맞은 게 전화위복이 됐다.

'먹고 살' 궁리 끝에 마이폰을 개발한 것. 지난 5개월 동안 37만대 (수출 25만대, 내수 12만대) 팔았고 30만대의 주문이 밀려 있다.

내년 전망은 더욱 밝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턴벨 (SBC) 이 1백50만대 구매의사를 밝혀왔고 일본의 후지쓰도 비슷한 물량을 구입하기 위해 상담 중이다.

경제부.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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