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첼리스트 대니얼 리 데뷔음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첼리스트 대니얼 리 데뷔음반 피아노 고든 벡, 데카 요요마 이후 별다른 남성 첼리스트를 발견하지 못한 세계음악계에 2년전 대니얼 리의 출현은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나 음반사 관계자들을 흥분시켰음에 틀림없다.

그후 짧지 않은 '기다림' 과 '성숙' 의 기간을 거쳐 나온 이번 데뷔음반을 들어보면 당시의 흥분이 약간 과민 반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소품집과 본격 레퍼토리인 소나타집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를 보여준다.

타이틀곡인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를 제외하면 2~3분짜리 짧은 소품 일색이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는 고음 (高音) 과 도약 음정에서 불안한 음정이 자주 노출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의젓한 거장의 풍모까지 느낄 수 있는 나무랄 데 없는 연주다.

마치 첼로를 바이올린 다루듯하면서 시원시원하게 구사하는 다채로운 음색과,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안배한 호흡이 일품이다.

하지만 다이내믹의 폭이 좁고 깊이있는 톤을 구사하지 못해 음악이 너무 가볍다는 게 흠이다.

밝은 선율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느끼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일지도 모른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기도' 나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 , 엘가의 '사랑의 인사' 는 무난한 선율 위주의 레퍼토리이며 거슈윈 - 하이페츠의 '3개의 전주곡' 을 나름대로 편곡한 음악이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등 10대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데뷔음반에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소품을 가 해내기에 충분한 테크닉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이 앨범의 무게 중심으로 작용하는 아일랜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고든 벡의 노련한 앙상블이 뛰어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