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공개발언 의미] '내각제 잡음'일단 잠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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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국무총리가 집권 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내각제 개헌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공개리에 주고받았다.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해서인지 국민회의.자민련 양측 참석자들은 굳은 표정의 두 지도자 발언에 촉각을 세웠다.

DJP의 이날 발언으로 2여 (與) 사이에 끊임없이 벌어졌던 '내각제 신경전' 이 잠복할지, 아니면 도리어 가열될지는 전혀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겉으로는 가라앉는 듯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정반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구체적인 내각제 추진일정 및 방식에 관한 문제를 '우리 두 사람' 에게 맡겨달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두 사람 이외의 구구한 논의는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뜻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있다고 해서 그대로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

자민련으로선 국민회의측의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계속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金총리가 한국 정치의 총체적 체제개혁 (내각제) 을 위한 양당 사이의 '맹약 (盟約) 과 신의' 를 강조하는 선에서 발언 수위를 조정하긴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金총리의 단호한 의지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金총리는 金대통령 바로 앞에서 "대통령이 불행하게 되는 원인은 순리를 어기고 과욕을 부리는 데 있다" 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앞으로 있을 DJP담판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날 金대통령의 치사를 듣던 JP 주변과 자민련 충청권 출신의 주류측은 몹시 언짢아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합의문 약속을 그대로 실천하겠다" 고 하면 될 것을 "약속은 살아있다" 는 모호한 표현은 뭐며 "여권과 여론에서 경제문제 때문에 시기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는 대목은 내각제 연기를 의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에 국민회의측은 "대통령이 '절대로 먼저 의리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며 약속이 살아있다' 고까지 했으면 됐지 그 이상 무슨 약속이 더 필요한가" 라며 자민련측의 딴죽을 꼬집었다.

그렇지만 국민회의 내부에선 내각제 개헌은 16대 총선 (2000년 4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은 아예 내각제 개헌 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朴대변인은 이날 金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설명하면서 '경제적 여건' 을 감안할 때 "내각제를 할 수 있느냐는 게 중요하다" 고 여운을 남겼다.

이런게 자민련측을 더욱 긴장케 만들고 있다.

때문에 공동정부의 두 최고수뇌가 나름의 해법을 공개리에 제시했지만 오히려 내각제 시비를 본격화시킬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영기.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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