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이라크 공습]국내에 미치는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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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은 당장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유가 (油價)가 오름세로 돌아서고 미국 달러화도 강세를 보여 최근의 수출 증가세를 뒷받침해 온 저유가.저달러.저금리 등 3저 기조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 유가 = 이라크에서 도입하는 국내 원유물량은 올 한해 2백만배럴 안팎이다.

하루 평균도입 물량보다 적다.

따라서 원유수급엔 차질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현재 석유비축 물량이 68일분에 달하고 유가급등에 대비해 쌓아놓은 유가완충 준비금이 2천8백16억원이나 된다.

정부는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라크 공습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안팎씩 오르는 등 그동안의 유가 하락세가 오름세로 반전될 기미를 보였다.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1달러 인상되면 국내 석유제품가격이 평균 2.75% 오르며 소비자물가지수는 0.16%포인트 상승한다.

또 국제수지는 연간 8억달러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 환율.금리.주가 = 금융시장은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환율은 달러당 1, 209.3원으로 전날 종가에 비해 0.8원이 올랐으며 국고채.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주가도 큰 폭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전날 폭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일며 하락폭을 좁혔다.

쏘시에떼 제네럴은행 사공웅 딜러는 "이번 공습은 사전에 예상됐던 일이며 장기화할 가능성도 작아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 엔고 기조가 엔저로 반전될 경우 수출 회복세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 수출 = 올해 우리의 대 (對) 이라크 수출은 1백10만달러, 수입은 4천만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주 수출품은 타이어.튜브.의약품.승용차 등이고 수입의 대부분은 원유다.

그러나 대 중동 수출의 상당 부분이 요르단 등 주변국가를 통해 이라크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미 - 이라크간의 긴장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올들어 10월까지 (수출액 54억달러) 전년대비 30.9% 증가하며 호조를 보여온 대 중동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홍병기.유권하.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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