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56초 전 … 열리다 만 하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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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카운트다운이 멈춘 뒤 액체 상태에서 기화된 산소를 발사체 밖으로 빼내는 과정에서 수증기가 뿜어나오고 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땅에서 처음 쏴 올리는 우주로켓 ‘나로호’(KSLV-Ⅰ)의 발사 작업이 예정 발사 시각인 19일 오후 5시를 7분56초 남겨 놓고 기술적 문제로 중단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오후 4시52분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의 발사 카운트다운 중 발사를 중지한다고 긴급 발표했다. 이어 길이 25.8m, 지름 2.9m 크기의 로켓 1단에 가득 채웠던 액체 헬륨과 산소, 그리고 연료인 케로신(등유) 등 총 130t의 물질을 빼냈다. 이들을 주입하는 데만 두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한승수 국무총리 등 이곳을 찾은 내빈에게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로켓 1단 고압 가스 탱크의 압력 저하로 밸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나로우주센터는 “이날 나로호의 발사를 거듭 시도하지 않겠다. 발사 일정을 원인 규명이 된 뒤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로켓 추진체를 빼내고 다시 주입하려면 짧아도 사흘 걸린다. 이로써 나로호는 이번까지 모두 일곱 차례 발사를 연기하게 됐다. 이로 인해 발사장 인근 지역을 찾거나 TV 앞에서 역사적 발사 장면을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발사 중지는 ‘자동발사 장치’가 결함을 발견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장치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돼 발사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도 발사체 전체의 이상 유무를 계속 점검한다.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은 자동발사 장치가 측정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이상목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외국에서도 로켓 발사 직전 기술적 문제가 발견돼 연기되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나로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실질적인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나로우주센터는 연료탱크를 냉각시키는 작업 등을 거쳐 발사 두 시간 전인 오후 3시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시작했다. 발사체 기립장치 철수 등으로 이어지는 발사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이후 발사 20분 전에 본부의 최종 사인이 날 때만 해도 드디어 성공적인 발사로 이어지는가 기대됐다. 정부는 이에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18일 서거로 나로호 발사를 예정대로 추진할지 고심했으나 김 전 대통령 유족과 상의해 예정대로 쏴 올리기로 한 바 있다.

고흥=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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